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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카드 할부금 ‘11조3400억원’ 사상 최대
무이자혜택 축소에도 할부 급증
줄어든 가처분소득 빚내서 유지

카드 할부금 이용액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에 비용 부담이 늘어난 카드사가 무이자 혜택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음에도 할부 이용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그러자 외상빚(판매신용)도 올해 3분기 116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수준에 가까워졌다. ▶관련기사 4면

카드 할부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대출 이자 부담에 지출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와 소득의 불균형이 고착화되면서 서민들이 ‘할부’를 늘렸다는 것이다.

넘치는 유동성에 부풀려진 생활 씀씀이가 고금리 시기에도 지속되면서 지갑 사정을 옥죄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카드 긁는 것’을 빚으로 인식하지 못한 소비자가 갑자기 늘어난 카드 할부금을 다 갚지 못할 경우 신용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 할부금 한 달 새 4000억원 ‘껑충’=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달 말 할부 이용액은 11조3403억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 할부 이용액은 계절 변화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왔다. 여신협회가 공시한 3월 기준 카드 할부 이용액은 11조738억원으로, 증감을 살펴보면 4월부터 6월(10조7969억원)까지 1조1394억원 크게 감소한 뒤 7월 휴가철 영향으로 1580억원 증가했다. 이후 8월과 9월 다시 감소세를 보이다 10월 들어 4236억원 급증했다.

카드 일시불·할부 사용, 백화점·자동차회사 등 외상판매가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감소세를 보였던 판매신용 잔액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판매신용은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지난 분기말(113조9000억원) 대비 2조6000억원 늘어난 1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올해 1분기 전분기 대비 3조5000억원, 2분기 4000억원 줄었지만 3분기 들어 다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행 수요가 커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늘었다”며 “비행기 등 교통수단과 해외 숙박, 여행사 해외 여행상품 소비가 많았다”고 말했다.

여행 관련 결제에서 직불카드보다 카드사 제휴 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결제가 많다 보니 카드 이용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우리 관광객은 작년 말 139만3343명에서 지난 9월 201만7157명으로 62만3814명 불어났다.

▶고물가·이자부담에 발목 잡힌 소비…남은 건 ‘카드’=아이러니한 점은 최근 높아진 채권 금리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음에도 할부 사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최대 6~12개월 무이자할부를 진행했던 카드사들은 2~3개월로 혜택을 대폭 줄였다.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에서 단종된 카드는 총 159개로,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각박해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2.3%까지 낮아졌지만 8월 들어 유가 상승 영향으로 3.4%로 올랐다. 이후 9월(3.7%)과 10월(3.8%)까지 연이어 오르면서 4%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금리에 매달 내는 이자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지난 8월 ‘민간 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 자료에서 “신규 가계대출 금리와 달리 기존 대출까지 고려한 잔액 기준 금리는 아직 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가계의 높은 이자 비용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권 상생금융 노력 일환으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왔지만, 9월 기준 예금은행의 주담대 잔액 기준 평균 금리는 4.24%로 작년 말(3.83%)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리에 물가마저 쉽게 내려앉지 않자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역대 최대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483만1000원)보다 0.8%줄어든 479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8분기만의 감소세로, 2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는 그대로 하려고 하는데 소득이 줄어 차입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당장은 소득 감소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서, 할부·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을 이용하고 연체까지 발생하기 시작하면 신용위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홍승희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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