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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한국을 핵심광물 생산국으로 이끄는 방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들이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대세였던 전기차의 인기가 주춤하고 그 성장세 또한 둔화되면서 K-배터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위기를 K-배터리의 재도약을 위한 숨을 고르는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라고 한다면 필자는 이 휴식기야말로 ‘이것’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배터리강국이지만 사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배터리의 원료소재·광물을 전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탈중국과 글로벌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한 각종 선언과 대책들을 내놓고는 있으나 정책만 많을 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광물자원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올해 핵심 광물 확보와 광산 개발에 역대 최고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모로코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광산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심지어 아프가니스탄까지 진출하며 중국만이 할 수 있는 문어발식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중국이 한국의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국내 여러 제조사에 니켈과 전구체 제조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미의 리튬 연합체 결성과 인도네시아의 니켈과 보크사이트 원광 수출 금지, 말레이시아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은 신자원민족주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EU는 역내 핵심 광물 광산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접경지역인 카슈미르에서 리튬 590만t의 매장을 확인했다. 얼마 전 네바다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잭팟이 터진 미국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스탄 5개국’과 함께 핵심 광물 협의체를 제안한 상태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학관계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리튬 등 핵심 광물을 보유한 나라들은 이제 과거에 중동국가들이 그랬듯이 ‘갑’의 입장에서 큰소리치며 줄 서 있는 협력파트너를 고르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핵심 광물 광산의 지분 참여와 해외 광산의 직접 개발, 구매계약, 폐배터리 재활용 등에 정책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빈 틈이 많다. 앞에서 언급한 중국의 국내 배터리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핵심 광물 공급망 차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또한 리튬 등 핵심 광물을 보유한 자원부국들은 제련기술과 배터리 원료 소재의 기술이전을 원광 제공의 반대급부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재편 구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자원전쟁의 위기 속에서 살짝 엿보이는 빈 틈을 파고들어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다.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르는 이 중요한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것’이 필요하며 준비돼야 한다. 바로 핵심 광물의 신(新)공급망을 구축을 위한 기술역량과 소재 부분 현지화 전략이다. 필자는 원장에 취임하면서 급변하는 세계 R&D 환경 변화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핵심 광물’을 연구원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로 제시했다.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재활용하는 R&D기술의 양면 전략을 통해 ‘2030 핵심 광물 신공급망 구축’ 목표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지질자원연은 자원부국들이 필요로 하는 제련기술과 배터리 원료 소재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연구개발을 고도화해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초격차를 실현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해 국내 1위의 배터리 재활용기업에 기술이전 상용화를 완료했다. 대기업과는 혁신 기술이전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2025년 사용 후 배터리 시제품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과의 자원외교 후속 조치 또한 우리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리튬 유망 광구 탐사를 시작으로 희토류가 풍부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핵심광물의 전략적 확보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와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자원부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핵심 전략으로 리튬과 희토류 등 광산개발 및 원광확보와 원료 소재 기술 현지화라는 윈-윈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과거에 반복되던 형식적 업무협약(MOU) 체결에서 탈피해 실질적 공동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모두가 ‘NO’라고 했지만 지질자원연은 한계연구인 국내 핵심 광물 탐사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또한 그 뒤를 받쳐줄 세계적 수준의 재활용기술력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질자원연만이 할 수 있는, 꼭 해야만 하는 임무이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에서 필자를 부르는 별명은 특이하게도 ‘리튬평구’다. 심지어 영문 성(姓)을 Lee가 아닌 리튬원소기호 Li 또는 희토류의 Ree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Li가 되든 Ree가 되든 필자의 바람은 오직 2030년 핵심 광물 신공급망 구축에 대한민국이 주역이 되는 것이다. 자원패권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인데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패권을 주도하는 것뿐이고 여기에 핵심 광물 생산국 KOREA의 운명도 달렸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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