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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는 인류 위한 마지막 공간...韓 탐사역량 강화 필수” [헤경이 만난 사람-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1992년 건조된 노후 연구선 대체
심해 탐사 유인잠수정 개발 시급
해양과학벨트 구축위해 특구 추진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해양탐사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바다(해양)는 우주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접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극한 환경의 영역입니다. 특히 바다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식량, 자원,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입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탐사에 첫 발을 내딛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해양탐사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바다를 통해 인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가 바다에 주목해야 할 이유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전 지구 생명체에서 환경과 기후까지 이들의 특성과 변화를 조절하는 데 바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해양선진국들은 바닷속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 강 원장의 지론이다.

올해 2월 KIOST 원장에 취임한 강 원장은 1970년생 53세로 현재 국내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장 중 가장 젊은층으로 꼽힌다. 젊은 나이만큼이나 그의 목소리에는 열정과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의 고향은 제주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보면서 자라온 그가 해양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느껴진다.

강 원장은 2006년 KIOST의 전신인 한국해양연구원에 입사, 해양바이오 미세조류 연구에서 굵직한 연구성과를 도출한 국가대표급 해양과학자다.

강 원장은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은 대형발전소 옆에서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주면서 대량 배양할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아직까지 생산단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머지 않은 시기에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 중 하나다. 육상 광물자원은 점차 고갈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커서 심해저 광물자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망가니즈각은 해저산의 노출된 암반에 있고, 망가니즈단괴는 수심 4500~5000m 심해평원에서 널려있다. 이들을 제련하면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가니즈 등 다양한 금속을 얻을 수 있다.

KIOST는 이 같은 심해저광물자원 개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 원장은 “1992년 대양 연구선 온누리호가 취항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심해저 망가니즈단괴를 탐사하기 시작, 그 결과 북동태평양에 대한민국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만5000㎢의 광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후 연구선 대체·심해 유인잠수정 개발 시급=하지만 우리나라가 넓은 대양 심해저의 광물자원을 채굴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양과 원양에서 해양과학기술 탐사임무를 수행할 연구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KIOST는 2021년 취항한 5900t급 이사부호와 1992년 건조된 온누리호 등 2척의 연구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온누리호는 교체 선령(선박연령)인 25년을 이미 초과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양조사선의 규격에 미달됐고 노후화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가 크다.

강 원장은 “온누리호의 엔진은 노르웨이에서 도입했는데 수리를 위해 문의하면 아직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온누리호를 대체할 새로운 연구선을 3년안에 건조해 황해, 중국, 7광구, 방사선 문제, 동태평양 기후변화 및 해저탐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체 연구선은 4500t급의 전기추진 체계를 갖추고 2만㎞의 항해가 가능하고 잠수정 등 최첨단 탐사장비를 탑재 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또 해양학적으로 대륙붕 수심인 200m보다 깊은 곳인 심해를 탐사하려면 잠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유인잠수정은 미개발 상태다. KIOST는 일찍부터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기술적 타당성은 입증했지만 경제성 평가의 벽은 넘지 못해 중단된 상태다. KIOST는 200m 대륙붕을 탐사할 수 있는 천해용 유인잠수정을 먼저 개발하고 5000m 유인잠수정 개발에 순차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강 원장은 “심해탐사의 성공 여부와 비용 대비 성과 등의 효율은 탐사에 투입되는 잠수정의 성능이 좌우한다”며 “심해자원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IT 기술을 활용해 첨단 유인잠수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특구 설립 해양과학기술 산업화 촉진해야=강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양 관련 중소·벤처기업과 상생·발전하기 위해 ‘KIOST 홀딩스’와 해양과학특구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KIOST 홀딩스는 해양과학 연구 저변을 확대하면서 우수기술을 사업화하고 관련 직종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둔 자회사를 말한다.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유관 기관과 공동 주주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약 3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올해 KIOST 홀딩스 설립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타당성 검토 용역을 체결하고 내부에서 심의해 설립을 확정할 예정이다.

강 원장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국내 과학기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것처럼 해양과학 발전을 위해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과학특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산 해양클러스터에도 대덕특구 못지않은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등 14개 기관이 모여 있고 해양클러스터를 진정한 해양과학벨트의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해양과학특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 미래 신산업 창출,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 미래 과학기술 인재 유치·양성 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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