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조업 일변도 성장, ‘차이나 리스크’ 등과 맞물려 한계…생산능력 자체 준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올해가 4분기에 접어들었지만 ‘상저하고(하반기 경기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는 속속 상향조정 됐지만, 우리나라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시점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대두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과 같은 1.5%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은 1.6%에서 2.2%, 일본은 1.3%에서 1.8%, 프랑스는 0.8%에서 1.0%로 상향됐다. 세계 경제와 주요 20개국(G20)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더 낮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는 1.3%로 더 비관적이다.
수출 부진 중에서도 특히 중국 수출 부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출은 우리나라 산업을 이끈 장본인이다. 중국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중국 성장이 주춤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높은 무역 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모양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주요 20개국(G20) 무역의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의존도는 40.85%, 수입 의존도는 43.71%를 나타냈다. 두 지표를 합친 무역의존도는 84.6%에 달한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입의 대 GDP 비율’을 말한다. 말 그대로 한 나라의 경제가 무역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어느정도로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 의존도는 17.65%, 수입 의존도는 21.21%를 기록했다. 무역 의존도는 38.9%에 불과하다. 인구 차이 등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무역 의존도가 두 배 이상 더 큰 것도 자체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무역 상당부분이 중국 경제상황과 연계돼 있다.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과 총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0.9%, 19.6%였다. 같은 기간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약 45%에 달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실제로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전년동월비 증감률에 따르면 7월 생산능력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0% 감소했다. 1월(-2.1%)부터 상반기 내내 이어졌던 감소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생산능력은 사업체가 보유한 설비, 노동력의 효율과 사업체의 작업환경에서의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즉, 생산 감소와 재고 증가는 경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으나, 생산능력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구조적 성장 정체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해 생산능력 감소를 겪었다. 생산능력(원지수)는 지난해 105.3을 기록하며 0.7% 줄었다. 지난 2018년 첫 추락 이후 4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에도 감소하면 2년 연속 감소를 나타내게 된다. 1972년 이후 50년 가량이 지나는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독일의 경제 위기 형태와 일부 양상이 비슷하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상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려워 독일이 다시 ‘유럽의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 경제 위기는 높은 제조업·중국 의존도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 경제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다.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다. 독일 수출 가운데 중국향 비중도 지난해 기준 6.8%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비하면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최근 독일경제 부진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최근 독일경제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과 독일 모두 과거 중국경제의 부상에 힘입어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유지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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