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의 밭을 더 열심히 매는 것, 그게 공무원의 삶”
희망을 창조해 파는 것이 바른 정치
尹, 라이벌 중용 했던 링컨에 배워야
임기중 ‘공공외교의 틀’ 구축 큰 성과
“총선 출마요?...때가 되면 결단할 것”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30대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다. 천하를 호령했다. 이후엔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8년 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에서 ‘강원도에선 이광재가 신(神)’이란 평가가 나왔다. 강원지사도 지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그가 사무총장이 되자 국회 사무처에선 ‘큰일 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역대 최강 ‘그립감’이란 볼멘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이광재는 달린다. 이 사무총장은 ‘남의 밭’을 더 열심히 매줘야 한다는 부친의 ‘품앗이 지론’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일수록 더 열심히 해줘야 하고, 그것이 바로 ‘공무원의 삶’이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이 사무총장과 약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본인의 출마 얘기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엔 비교적 긴 시간 ‘침묵’을 유지하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인터뷰 질문은 ▷국회 사무총장 이광재 ▷정치인 이광재 ▷인간 이광재로 구분해 진행했다.

▶사무총장 이광재... “국민께 죄송... 공공외교 틀 만든 것 성과”=이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취임 10개월 소회’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나아지는 것에 많은 기여를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은 성공한 국가인데 국민은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위기의 국민이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하고,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아젠다를 찾아야하는데 아직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성과를 몇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점을 주고싶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40점은 왜 깎았냐’는 질문엔 “아직은 사무총장 임기가 남아있다. 시간이 있으니 40점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낙제는 면하자는 주의”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사무총장은 역대 사무총장 중 그립감이 가장 세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살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부친의 ‘품앗이 지론’을 소개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다. 농사를 지으실 때엔 서로 품앗이를 해준다. 우리 부친은 남의 집에 가서 품앗이를 할 때는 그집 주인보다 일을 더 열심히 했다고 하셨다. 남의 일이기 때문이기에 더 열심히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며 “국회 사무총장은 남의 일을 해주는 자리다. 공무원으로서의 삶이 그런 것이다. 내 일보다 더 열심히 해줘야 하는 것이 남의 일이다. 지금도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고 있다. 남의 밭 일이기에 더 열심히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최근 ‘김남국 코인’ 사태 때 또한번 주목받았다. 올들어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재산공개 때 ‘가상자산을 기재해달라’는 유의 사항을 넣었다. 선제적 조치였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 감사관실에서 이광재 총장이 유의사항 첨부에 힘을 썼다’는 질문에 “저는 디지털사회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임기 중 가장큰 성과’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공공외교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공공외교의 하나의 축은 국회가 돼야 한다. 의회 외교 시스템의 기초를 만든 것이 큰 성과”라며 “한·중, 한·일 의원연맹의 시스템을 만들었고 5월 말에는 한-아세안 리더스포럼을 해서 공공외교에 하나의 축이 의회가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할수없는 이슈를 국회가 대신해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분담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또하나의 성과는 국회가 국가 아젠다를 만들려고 집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인구 문제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연금·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 내 모든 연구단체인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등이 한꺼번에 작업한 것이 국회가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챗GPT 시대에 맞게 인공지능(AI) 국회를 만든 것 역시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치인 이광재... “출마? 때가 오면 결단”... “尹은 링컨 배워야”=이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때가 오면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저 스스로는 과연 내가 정치하는 것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냐, 어떤 도움을 줄수 있냐를 깊이 생각한다”며 “그리고 때가 오면 결단을 해야 하고 그럴 것이다. 한국정치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명확하다. 한국이 현재 처해 있는 운명을 보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후 약 30초 가량 침묵하며 생각을 한 뒤 “때가 오면 결단을 해야겠다. 한국은 정말 지금은 위기의 대한민국”이라면서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이 정치권의 고질병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내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다. 때가 오면 또 결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원주갑 의원직을 버리고 강원도지사 직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사무총장에게 강원지사직 출마를 요청했고, 이 사무총장은 ‘낙선’ 가능성이 큰 선거에 출마해 예상대로 떨어졌다. 이 사무총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사실 제가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10년만에 의원이 돼서 국회로 돌아왔는데 나가면 무조건 떨어지는 선거였다. 그런데 장수는 원래 유리한 싸움만 하고 불리하다고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면서도 “민주당에서 요청이 있었다. 대표에게 내가 ‘이거는 무조건 지는 선거인 것 아느냐’고 되물었다.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53%, 민주당 23%였다. 정당 지지율이 10%~20% 차이면 개인 역량으로 뒤집을 수 있지만 이 건은 못뒤집는다고 했다”며 “그래도 출마를 하라고 한다면 군말없이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대표는 ‘출마해달라’고 했고, 결국 강원지사 선거에서 이 사무총장은 낙선했다.

이 사무총장은 ‘당에서 이광재에게 큰 빚을 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의원이 ‘왜 떨어질 줄 아는 강원지사에 출마했느냐’고 하더라. 당에서 큰 빚을 진 것이 맞다”면서도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없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그런데 살아가면서 가기가 선택을 했으면 그 짐은 자기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원주갑 또는 자신의 고향인 평창에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사무총장이 내년 총선 때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종로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라는 점이다. 이 사무총장이 종로구에서 출마할 경우 ‘노무현 보좌관(이광재)’과 ‘노무현 사위(곽상언)’가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경쟁 그림상으론 여러측면에서 어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사무총장이 우상호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대문갑 출마설도 나돈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미국 링컨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이 사무총장은 “링컨 대통령은 자신과 라이벌이었던 사람을 장관을 시켰다. 국회에 가면 모두 링컨을 조롱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심지어 같은 당에서 조차도 그를 조롱했다”며 “그런데도 링컨 대통령은 하나의 미국을 만들기 위해 온갖 협상을 다했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리더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김진표 의장이 최근 윤 대통령과 만난 만찬에서 ‘국회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국회와 대화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최고의 기술을 볼수있는 눈, 그리고 금융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들만으로 외교 전략을 쌓을 수 없다. 경제와 기술 그리고 안보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자문을 얻기 위해 국회와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반응이 어땠냐는 추가 질문엔 “흔쾌히 국회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일단 국회와 만나는 장면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라고 했다.

▶인간 이광재... “축구 좋아하던 문제아...아마 좋은 아버지일걸?”=이 사무총장은 23살 때 노 전 대통령 보좌관으로 처음 정치에 입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노무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리운 얼굴”이라고 답했다. 이 사무총장은 “항상 죄송하고 항상 그리운 얼굴이다”고 말한 뒤 잠시 침묵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분이 꿈꿨던 꿈을 이루지 못햇으니 죄송하다. 그리고 너무 젊은 나이에 아쉽게도 그렇게 되셨다. 그리운 얼굴”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에게 ‘정치’를 한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치란 희망을 만들어 창조하고 그것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폴레옹은 정치가를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했었다. 여기에 하나 덧붙여 내가 볼때는 상인이기 전에 창조를 해야한다. 희망을 창조를 해서 파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정치적으로는 교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제발 공부 좀 그만하라고 한다. 비전과 정책에 있어서는 상당히 공부가 된 것 같은데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동의를 얻는 부분은 아직은 약하다. 그 부분이 단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다시 태어나도 정치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면 정치인을 확실하게 키우고 돕는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 청사진을 물었다. 이 사무총장은 “결국 정치는 좋은 지도자가 나왔을 때 빛을 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도자를 양성하고 훈련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아쉬워 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사람들을 키워 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을 넘어 새로운 문명 국가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실력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지도자를 훈련하는 기관이 없다”며 “한국정치는 지금도 설계도 없이 집을 짓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제가 여시제라는 싱크탱크를 했었는데,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보다 훨씬 강력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젊은 시절 아베 전 일본 총리를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오래된 보수 정치인이었는데 ‘아베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왜 나를 아베에게 소개시켜주냐고 물었더니 ‘당신은 꿈이 있는 젊은이여서 그렇다’고 했다”며 “일본 정치인들은 대부분이 직업 정치인인데, 당신(이광재)은 꿈이 있어서 아베를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축구를 아주 좋아하던 극히 평범한 학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책을 열심히 보고 운동 그중에서도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에 대해 “7남매 중 속 썩이는 놈은 나밖에 없었다. 우리 집안에서 제일 말썽 많은 문제적 아들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사무총장에게 ‘본인은 자식들에 어떤 아버지냐’고 물었다. 이 사무총장은 “내가 좋은 아버지일까? 아마 나쁜 아버지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라고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요즘은 자식들과 자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세상이 자꾸 변하니까 내 생각이 맞다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할 수가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요새 얘기를 하다보면 자꾸 내 얘기가 소수파로 몰려서 어려움이 있다”며 웃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식들에게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세가지가 있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24시간이고 그러니 시간을 아껴서 쓰라고 한다. 또하나는 다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것이 지식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스틸 헝그리(still hungry)’하라고 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석희·신현주 기자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