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대일 만남 불편”·野 “프레임전환 시도”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삼귀의례를 하며 합장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정권 이후 처음으로 추진된 여야 당대표 회동이 무산될 조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토론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면서다. 공개적인 TV토론 방식에는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김남국 코인 논란 등 서로에게 민감한 사안이 회동 의제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
30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측에서 김 대표와 이 대표의 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양당 대표의 토론을 위한 실무단 협의 과정에서 토론 의제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쪽에서는 (정쟁을 위한)후쿠시마 오염수 등을, 우리 쪽에서는 코인과 김남국 그리고 돈 봉투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의제가 조율 안 돼서 결국에는 안 하게 됐다고 발표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의 ‘일대일 만남’을 이 대표가 반기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급’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 적이 없는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는 추정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자신은 대선후보급이고, 김 대표보다 자기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토론을)하겠나”라며 “대화를 왜 거부하냐는 소리를 듣기 싫으니 하겠다고 해 놓고 (의제)조율을 하면서 조율이 안돼서 무산됐다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양당 대표의 회동을 놓고 국민의힘 측이 ‘프레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김 대표가 ‘식사 제안’을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회동 논의’가 정책토론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에 국민의힘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비공개 만남’을 언급하며 회동을 성사 시키는 과정의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국민의힘 측에서)이번 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레임 싸움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단순히 만나자고 했다가 우리 쪽에서 정책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소통을 하자고 제안하니, 프레임을 전환해 민주당이 (회동을) 안 받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실무단 회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실무단은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과 비서실장 등이 참여한다. 첫 실무단 회의에서 회동 방식과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김 대표와 이 대표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방식은 공개적인 TV토론이 유력하다. ‘식사 회동’을 제안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책 대화’를 역제안하고, 이에 김 대표가 다시 정책 관련 TV토론과 비공개 회담을 동시 추진하자고 응답했다.
이후 민주당은 서면 공지를 통해 “정책토론 제안에 국민의힘이 공개 TV토론 방식으로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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