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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마리 가격이 100만원!” 그래도 못 찾은 이 벌레, 참 흔했는데 [지구, 뭐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몸값 50마리에 5000만원. 소똥을 데굴데굴 굴리는 습성이 있음.”

벌레 한 마리만 잡아와도 100만원. 어디 불법 사기업체의 광고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이는 환경부의 공식 공고 내용이었다. 이 벌레는 바로 소똥구리. 교과서에도, 전래동화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친숙한 곤충.

이 공고 이후 전국 농촌은 모두 뒤집혔다. 길에 널려 있던 이 벌레, 한 마리에 100만원씩 하는 벌레라니 놀랄 지경. 하지만 정작 눈에 불을 켜고 소똥구리를 찾아다니는 순간, 우리 모두는 깨달았다. ‘아, 이제 소똥구리가 사라졌구나.’

정부는 끝내 국내에서 소똥구리를 찾지 못했다. 지금 국립생태원은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가져와 번식시키는 중이다.

환경부가 소똥구리 찾기에 나서면서 배포한 카드뉴스. [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5일 국가생물자료집 ‘곤충Ⅱ·Ⅲ’을 발간했다. 국내 멸종위험 상태를 재평가한 자료집이다. 자료집엔 이렇게 명시돼 있다.

‘1970년대 이후 관찰 기록이 없다. 방목 가축의 감소와 항생제 등이 첨가된 배합사료, 그리고 농약 살포 및 서식환경 오염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소똥구리는 ‘지역절멸’ 상태로 평가됐다. 지역 내에서 번식능력이 있는 마지막 개체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말은 어렵지만 그냥 국내에서 멸종됐다는 뜻이다.

소똥구리는 이름처럼 똥을 먹고산다. 소똥구리가 먹고 난 똥은 식물이나 박테리아에 영양분이 된다. 똥을 먹는다는 특성 때문에 각종 이야기에서도 소재로 많이 쓰였던 벌레다. 하지만 결국 소를 키울 때 항생제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이 벌레도 사라졌다.

예전 애완곤충으로까지 인기 끌었던 물방개도 이젠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전국 연못이나 저수지, 습지 등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젠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관찰하기 어렵다. 서식지 훼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번 자료집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지역적색목록 범주’ 평가 기준을 적용해 2012년에 발간한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적색자료집’을 기초로 해 딱정벌레목 340종과 수서곤충 361종을 평가한 내용이 수록됐다.

평가결과, 절멸 1종, 멸종우려범주 44종(위급 7종, 위기 6종, 취약 31종), 준위협 23종, 최소 관심 448종, 자료 부족 181종, 미적용은 4종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캡처]

멸종위기에 직면한 동식물은 점차 늘고 있다. 호랑이가 대표적 예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호랑이가 관찰된 건 무려 100여년 전,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의 일이다. 남한에선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엔 소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호랑이뿐 아니다. 여우, 사슴, 늑대, 삵, 물개, 두루미, 독수리, 매, 부엉이, 올빼미, 구렁이, 맹꽁이, 장수하늘소 등도 모두 멸종위기에 직면한 생물이다. 그리고 이들은 수많은 전래동화로 이어져 온 존재. 이제 수많은 전래동화는 주인공을 교체해야 할지 모른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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