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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차단도 '부익부 빈익빈?'[김용훈의 먹고사니즘]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전광판에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지난 2019년 1월 15일. 서울 한 지역의 ‘맘카페’(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공간)엔 “오늘 미세먼지 농도 최악. 아기랑 괌에서 한 달 살다 오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돌이 갓 지난 딸아이를 두고 있다고 밝힌 글쓴이는 “아기에게 미세먼지는 독약. 우리 막둥이 몸 지킬 겸 출국!”이라며 일상을 전했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괌 체류비용이나 방법 등을 묻는 문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엄마들은 ‘정말 부럽다ㅠㅠ’는 댓글만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이른바 ‘맘부격차’(Mom+빈부격차)의 지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황사주의’ 올 들어 벌써 세 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나 했던 것도 잠시 마스크를 벗자마자 미세먼지의 공습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1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 됐다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연합]

맘카페에선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맘'들의 걱정도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실제 환경부가 올 들어 미세먼지(PM10)에 대한 관심·주의를 내린 것만도 벌써 네 번째에 달합니다. 1월 6~9일 경기·대전·세종·충북·충남·광주·전북·전남·제주를 대상으로 ‘관심’ 단계를 발령한 이후 3월 22~26일 서울·인천·경기·충남 지역에 ‘주의’를 내렸습니다. 4월 들어선 더 심각해져 11~14일 동안엔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를 발령했고, 해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0일부터 나흘 간 경북·강원·부산·울산·대구·경남·대전·세종·충북·충남·전남·제주에 또 다시 ‘주의’를 발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경부가 ‘관심’과 ‘주의’를 발령한 미세먼지는 지름이 10㎛ 이하인 것으로 흔히 우리가 ‘황사’라고 부르는 그것입니다. 지름이 2.5㎛ 이하인 것은 ‘초미세먼지’라고 부르죠. 건강 위해성은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가 훨씬 큽니다. 입자가 잘아 기관지, 폐뿐 아니라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세먼지가 심각한 때엔 뿌옇고 흐린 하늘 탓에 기분도 좋지 않지만, 그 구성 성분을 자세히 따져보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미세먼지에는 주로 공장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수소(PHA),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서풍을 타고 중국의 산업지대를 거치면서 카드뮴, 납, 니켈, 크롬 등 중금속 성분까지 더해지죠. 국립환경과학원 조사를 보면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으로 국외 영향이 최대 6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봄철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는 다량의 중금속 성분이 포함됐는데, 중유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바나듐(V)과 니켈(Ni)의 농도가 당해 겨울보다도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유는 주로 디젤기관이나 화력 발전용, 보일러 가열용으로 쓰이는 석유입니다. 기관지, 폐는 물론 혈관까지 침투해 몸에 염증물질을 만들어내고, 이 염증 물질은 인체 곳곳에 가서 해를 끼치는 것이죠.

지진·북핵보다 ‘미세먼지’

이러다보니 우리 국민은 지진이나 북핵보다 미세먼지를 더 두려워합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우리나라 성인 3839명에게 가장 불안해하는 위험 요소에 대해 물었더니,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전혀 불안하지 않으면 1점, 매우 불안하면 5점을 매기도록 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 불안도 점수 역시 3.46점으로 가장 높았죠.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은 경기침체·저성장(3.38점),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3.31점), 수질오염(3.29점), 성인병·실업·빈곤(각 3.27점), 북핵문제·노후(각 3.26점)보다 높았습니다.

오죽하면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도에 인공태풍 기지를 건설해서 중국 미세먼지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을까요. 청원자는 “기압차를 이용해 태풍을 만들어 서해상으로 올리면 한반도는 바람의 병풍 안에서 안전해진다”면서 다소 황당무계한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해결책이 맘카페에 공유가 되면서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를 이 인공태풍이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곳으로 떠날 수 없어 가뜩이나 서러운 엄마들의 소외감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 아니었을까요.

미세먼지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9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 2명 중 1명꼴로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응답자의 25.5%는 미세먼지로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40.9%는 병원 치료까지 받았죠. 증상은 호흡기 질환(14.5%),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안과 질환(6.9%), 알레르기성 비염(7.2%) 순으로 많았습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노인도 63.4%에 달했습니다. 그 빈도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불안을 ‘매우 자주 경험한다’가 17.8%, ‘종종 경험한다’가 32.8%를 차지했습니다.

초미세먼지 심한 날 65세이상 여성 사망↑

그럴 만도 합니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서울에서 사망한 이는 22만1042명입니다. 보사연은 최근 이를 바탕으로 연령에 따른 미세먼지 노출과 사망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65세 이상 그룹에선 초미세먼지(PM2.5)의 당일 노출과 사망 간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 35~64세, 65세 이상 그룹이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위험이 이보다 연령대가 낮은 그룹에 비해 대체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사분위수 증가할수록 사망의 상대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공포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겠죠.

미세먼지 노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탓에 국내 미세먼지 대응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미세먼지 관련 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미세먼지 관리 규정은 강제성이 없고 권고 수준에 그칩니다. 아직까지 어느 정도 수준의 미세먼지 노출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명확한 연구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중증환자와 사회취약계층은 미세먼지 노출에 특히 취약한 만큼 이들이 미세먼지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 파악해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세먼지 심한 날, 마스크 꼭 쓰세요

정부 정책이 나온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그나마 떨어졌습니다. 2015년 48㎍/㎥이던 미세먼지(PM10) 농도는 2016년 47㎍/㎥, 2017년 45㎍/㎥, 2018년 41㎍/㎥, 2019년 41㎍/㎥, 2020년 33㎍/㎥, 2021년 36㎍/㎥로 감소했습니다. 초미세먼지(PM2.5)도 2015년 26㎍/㎥에서 2021년 18㎍/㎥로 줄었죠. 다만 국내 미세먼지 오염수준은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 기준(PM10 15㎍/㎥, PM2.5 5㎍/㎥)에 비해선 여전히 2~3배 가량 높습니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죠.

당장 미세먼지 오염 수준을 WHO 가이드라인 기준 이하로 낮출 순 없지만,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방어 수단은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았던 ‘마스크’입니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게 최선이겠지만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성능을 인정한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마스크를 고를 때에도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 같은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KF’ 뒤의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더 큽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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