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갈등설 사실 아냐… 물러날 때 돼서 물러난 것”
우상호 “대통령실, 외교라인 vs 비외교라인 갈등”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두고 여야의 분석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내 실세로 평가 받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갈등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내 전략통인 우상호 의원은 ‘김성한-김태효 알력설이 정설’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한달 앞둔 시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사퇴했다.
이 사무총장은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태효 차장과의 갈등이 김 실장의 사퇴 원인이라는 보도에 대해 “일부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갈등설이니 뭐니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실장의 경질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돌았고, 본격적인 사퇴설이 불거진 지난 28일 대통령실은 ‘김성한 실장의 사퇴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김 실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정치권에선 ‘블랙핑크’ 공연 요청이 제대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김 차장과의 갈등이 김 실장의 사퇴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외교안보실장을 맡을 때도 정부가 안정이 되고 한미 관계라든가 또는 일본 관계의 정상화, 한미 동맹 복원, 그다음에 한미의 협력 체계가 구축이 되면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는 계속 해 왔다”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이런 상태에서 아마 또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여당과 상의가 된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러니까 그 보도 중에 상당 부분이 아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 아닌가”라며 “제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고 했다. ‘블랙핑크’ 공연 요청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제강점기 징용 해법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이에 반해 우 의원이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했다. 우 의원은 최근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사퇴 배경에 대해 “정통파 외교관들이 지금 다 그만둔 것이다. 저런 경우는 보통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진행자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설 때문이라고 보나’라고 묻자 “그게 정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일제히 그만 두고 있고 비외교관 라인은 그대로 건재하지 않나. 그러면 정통 외교관 라인들이 비외교관 라인들에게 졌다고 봐야 된다”고 부연했다.
우 의원은 또 김 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준비 중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등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초청 행사’를 수차례 보고하지 않아 경질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그건 실무진을 교체할 사안”이라고 봤다. 우 의원은 “보통 행사기획 책임은 의전비서관 몫 아닌가. 그건 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이 그만둬야 될 내용이 아니다”며 “지금 ‘보고를 했니, 안 했니, 그것 때문에 (김 실장을) 교체했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우 의원은 “이건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여진다”며 안보실 내 외교라인과 비외교부 라인의 갈등이 결국 김 실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고 봤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외교관 생활을 오래 했던 직업적 외교 라인들은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을 저렇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를 많이 표시했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우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은) 외교부가 갖고 있는 정통적인 원칙도, 그건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한일 외교를 쭉 진행해 왔던 정통적인 외교라인 룰에 어긋난 정상회담 접근법”이라며 “일본 측에서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굉장히 모욕적인데다가 결례이고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뒤치다꺼리는 전부 외교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일본 정부 계획에 대해 “문제 해소를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총력을 다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와 관련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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