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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감염병 전문가 “살아있는 동물 거래금지 촉구했다가 살해위협”
우한 수산시장 인근에서 보호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홍콩의 전염병 전문가가 살아있는 동물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때마다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웬쿽융 홍콩대 교수는 한 중국어 매체 기고에서 "1997년 조류인플루엔자(H5N1) 발병 당시 수산시장에서 살아있는 가금류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상인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쳤고 분노를 촉발했다"며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산시장에서는 수산물 외에도 박쥐,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판다.

홍콩에서는 1997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 6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8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이후 닭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해 12월 홍콩 정부는 150만여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또한 중국 본토로부터 가금류 반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웬 교수는 이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홍콩과 중국 모두에서 퍼져나갔을 때도 전염병 통제를 위해 야생 동물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그 결과 두 번째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의 감염원으로 당시 학자들은 중국 수산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는 사향고양이를 지목했다.

이에 중국 광둥성 당국은 2004년부터 사향고양이 1만 마리를 도살했다.

웬 교수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야생동물 거래 시장은 또다시 바이러스의 기원지로 여겨졌고, 나는 다시 한번 수산시장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거래를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 결과 세 번째로 생명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발병했으며, 201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체불명 폐렴으로 처음 보고됐을 때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이 발병지로 지목됐다.

최근 미국·호주 등 국제 연구진은 화난 수산시장 내 동물 우리, 수레, 바닥 등 곳곳에서 2020년 1∼3월 채취된 유전자 데이터에 대한 재분석을 실시한 결과, 너구리의 유전자가 상당량 섞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시장에서 판매된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간 유력한 숙주 동물로 꼽혔던 박쥐나 천산갑이 아닌 너구리가 코로나19 중간 숙주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웬 교수는 인류가 미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의 과거 전염병들은 팬데믹이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우리는 언제 전염병이 발병할지, 어디서 시작할지, 관련 미생물의 정체와 본질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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