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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스케 전 감독, “지난 3년은 내게도 중요한 시간…많이 그리울 것 같다”
3년 임기 마친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
유럽 순회공연ㆍ윤이상 음반 녹음 큰 성취
“서울시향, 한국 최고이자 이미 세계적 악단”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의 서울시향 취임 당시 음악회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재능있고 기량이 뛰어난 서울시향 연주자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2020년, 4년간 공석이었던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오스모 벤스케 감독이 지난 3년의 임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향과 벤스케 감독이 함께 한 시간은 돌발상황의 연속이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임기가 시작됐고, 3년을 마무리하던 지난해 12월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시향의 연말 단골 공연인 ‘합창’ 연주를 올리지 못한 채 그의 임기는 마침표를 찍었다.

벤스케 감독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고, 무대 위 거리두기 등으로 계획했던 대편성의 곡은 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함께 많은 곡을 연주했다”며 3년의 시간을 추억했다.

벤스케 감독의 서울시향 취임은 음악계에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미국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장기 파업 사태를 겪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정상화한 ‘소통의 리더’로 주목받았기에, 서울시향 재건을 위해서도 ‘안성맞춤형 음악감독’이라는 평가가 따라왔다.

변수가 많은 시기에 취임한 탓에 제약도 컸다. 이 기간 그는 연주자와 관객, 서울시향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염두했다. 어려운 때에도 서울시향은 ‘유럽 순회공연’, ‘시벨리우스 사이클’ , ‘음반 녹음’ 등의 성과도 냈다.

“서울시향은 6년 동안 음악감독이 없었기에 취임 당시 서울시향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어요.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해요.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앙상블로 연주하도록 한 것이 임기 중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열심히 일해왔고, 제가 원하는 소리에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서울시향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좋은 교향악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벤스케 감독은 임기 동안의 가장 큰 성과로 유럽 3개국 순회공연과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반 녹음을 꼽았다. 그는 유럽 순회공연에 대해 “각기 다른 공연장에서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려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발매한 윤이상 음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이상의 곡을 녹음한다고 했을 때 주저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에게 한국 교향악단이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해야 했다”며 “독창적인 그의 음악을 한국이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연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윤이상의 이 중요한 작품들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시향이 어려운 음악을 잘 연주해줘서 자랑스럽습니다.”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벤스케 감독은 임기를 통해 시벨리우스 7번 교향곡을 제외한 전곡을 한국 관객에게 들려줬다. 7번의 경우 2019년 객원지휘자로 연주했다. 그는 “시벨리우스는 아마도 나에게 가장 가까운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했다 . 오는 24~25일, 30~31일 공연은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벤스케 감독은 이번 무대에서 들려줄 2번 교향곡에 대해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가는 방법을 그린 곡이자, 희망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곡”이라고 했고, 6번 교향곡은 “2번보다 더 깊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단순한 곡”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시벨리우스가 6번에 대해 첫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한 점을 좋아한다”고 했다.

공연에선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원전판과 개정판을 모두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특별하다. 그는 “이 공연을 통해 훌륭한 작곡가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는 “개정판보다 연주하기 더 어려운 원전판 연주를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연주자 중 한 명”이라고 귀띔했다.

벤스케 감독은 서울시향과 함께 한 3년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향은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이자, 이미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라고 했다. 오는 2028년 완공될 전용 콘서트홀은 서울시향이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되리라고 봤다.

“만약 서울시향이 공연하는 장소에서도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발전과 큰 차이를 만들 거라 생각해요. 오케스트라가 악기이듯 공연장 또한 악기이기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뉴욕 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LA 필 등 세계 유수 교향악단들은 공연하는 장소에서 연습해요. 서울시향만의 공연장을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지난해 12월의 낙상 사고로 벤스케 감독은 오른쪽 어깨와 골반이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보통 6개월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만, 벤스케 감독은 다행히 회복이 빠른 편이다. 지난 1월 말엔 핀란드 헬싱키와 레이캬비크에서 휠체어를 타고 포디엄에 섰다.

그는 “부상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삶과 음악을 포함한 많은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서울시향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 임기도 마쳤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빌더’이자, ‘덕장’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이젠 연주자들을 밀어붙이는 대신 좀 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한다”며 “인생의 마지막 장에 들어선 만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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