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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관찰소 출석 날은 마약하는 날”...보호관찰 마약사범 ↑
올해 1~2월 두달간 2474건 처벌
“초기 집중된 관찰, 재범 여지 준다”
관찰관 1명당 100건 맡아 역부족

#. 마약 투약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A씨. 그에게 보호관찰소에 출석하는 날은 ‘마약하는 날’이다. 월 1회,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얼굴을 비추면 다음 출석날까지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보호관찰소에서 진행한 ‘불시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며 집행유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이 소개한 사례다. 집행유예 선고 받은 보호관찰 대상자 중 마약사범은 매년 3500건이 넘는다. 올해에는 두 달 간 2500건으로 적발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박 센터장은 “보호관찰 체계가 느슨하다보니 마약 사범들이 출석, 마약 검사 일정을 피해 다시 마약을 하다 불시 검사에 걸리는 사례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마약사범은 증가하고 있다. 22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마약사건은 2020년 3591건→ 2021년 3675명→2022년 3762건으로 늘고 있다. 올해 1~2월 두 달 동안에만 마약 처벌 건수는 2474건이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집행유예 선고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전국 18곳의 보호관찰소를 통해 정기 간이검사(소변검사), 불시검사 및 정기 출석 통보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간이검사는 보호관찰 시작 초기 3개월 동안 월 4회, 이후 기간에는 월 2회 이상 실시한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 범죄 예방을 위해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수강명령을 부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독’ 성향이 강한 마약 사범의 경우 이 같은 관리 체계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박 센터장은 “보호관찰소 출석 통보가 초기에만 월 2회 이뤄지다, 반 년가량 시간이 지나면 월 1회 정도로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마약 사범들에게는 재범을 저지를 수 있는 ‘틈’만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마약퇴치연구소장) 역시 “마약 사범은 물론 범죄자이지만 환자로서도 접근해야 한다”며 “치료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또 나와서 투약할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호관찰을 받던 마약 사범이 다시 마약을 해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사례는 많다. 지난 2월에는 친구 사이인 30대 마약사범 3명이 보호관찰 기간 중에 함께 펜타닐을 흡입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중 한 명이 진주보호관찰소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며 이 같은 사실을 들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보호관찰관 인력을 늘리는 한편 마약사범 보호관찰에 대한 전문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호관찰관 1864명이 19만258건의 사건을 맡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조사를 관리했다. 보호관찰관 1명당 약 102건 꼴이다.

다만 2019년까지만 해도 보호관찰관 1516명이 인당 125건을 맡았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350명가량 증원된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54명), 영국(15명) 등인 OECD 주요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 중독은 약물에 따라 특성과 기능, 신체에 주는 영향이 달라 마약 사범만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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