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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회 유찰은 기본, 쏟아지는 반값 아파트
응찰자수 증가하지만 낙찰가율은 제자리
시세보다 싼 경매물건에만 입찰 흐름 뚜렷
수도권의 한 경매법정 모습. [헤럴드DB]

이달 2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계. 아파트 20채가 경매에 나와 5건이 낙찰됐다. 이중 감정가 19억2000만원인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 전용면적 118㎡에 16명이 몰렸다. 이미 두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64%인 12억288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된 만큼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싸다고 판단한 응찰자가 많았다. 경매 결과는 14억1100만원에 입찰한 김모 씨가 새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3%였다. 이 아파트 같은 크기가 지난해 7월 18억3000만원(13층)에 거래된 게 마지막인 만큼 4억원 이상 싸게 낙찰 받은 셈이다.

경매시장에 2차례 이상 유찰된 주택 물건이 늘면서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싸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 강남권 등 인기지역 물건도 경매로 넘어오면서, ‘매매시장 침체→경매시장 활기’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응찰자 몰리지만 오르지 않는 낙찰가율=14일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경매 건당 응찰자수는 5.64명으로 전월 보다 1.18명 많아졌다.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지난해 10월 2.58명까지 떨어졌다가 11월 3.43명 12월 4.46명 등으로 매달 건당 1명 정도씩 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응찰자 수가 특히 많았다. 1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경기 아파트 평균 응찰자수는 10.93명으로 2021년 8월(11.72명)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인천 아파트의 경우도 평균 응찰자수가 8.3명으로 전월(5.63명) 보다 3명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 사람이 몰리면 낙찰가율이 오르기 마련이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78.7%로 전월(76.5%)에 비해 두 달 연속 80% 밑을 유지했다.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각각 73.3%, 72.8%를 기록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응찰자들이 두 번 이상 유찰된 물건에만 관심을 가진다”면서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몰려도 시중 급매물 가격 등을 고려해 무리하게 입찰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중 처음 나온 신건은 단 한건도 낙찰되지 않았다. 반대로 감정가의 64%를 최저가로 경매를 진행하는 두 차례 낙찰 건(한차례 유찰될 때마다 입찰 최저가가 20%씩 하락)은 전체 낙찰의 42%나 됐다.

▶34대1 경쟁률 뚫고 낙찰됐는데 급매물보다 비싸다?=시세보다 싼 물건을 찾아 경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시장 상황이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나름 싸게 낙찰을 받아도 매매시장에 더 싼 급매물이 나오면 낭패일 수밖에 없다. 경매를 통한 매수는 ‘명도’ 등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가므로 매매시장보다 싸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달 23일 3번째 경매를 다시 하는 인천 연수구 S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아 포기한 ‘재매각’건이다.

지난해 12월 1일 인천지법 경매16계에서 낙찰됐던 이 아파트엔 무려 34명이나 몰렸다. 이미 두 차례나 유찰돼 감정가(9억2000만원)의 49%(경기와 인천은 유찰될 때마다 입찰 최저가가 30%씩 하락)인 4억5080만원부터 입찰할 수 있어 싸게 살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낙찰자는 6억2464만원에 입찰한 C모 씨로 결정됐다. 그런데 C씨는 잔금을 내지 않았다. 낙찰 후 매매시장에서 이 단지의 같은 크기가 6억원(31층)에 거래되는 등 매매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C씨는 결국 9000여만원의 입찰 보증금만 날렸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요즘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감정가를 책정한 시기가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전이기 때문에 최근 집값 하락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감정가 대비 80% 아래 수준으로 낙찰을 받아도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비싼 경우가 생겨 입찰을 위해서 낸 보증금을 날리면서 낙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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