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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또뿐이다” 연휴 ‘대목’ 맞은 복권판매소
적막한 명절의 종로, 복권방만 ‘대목’
“근로소득만으론 안돼”
지난해 복권 구매, 2분위 크게 늘어
설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4일 오전 종로구의 한 복권방.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A복권방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강릉에서 명절을 쇠고 전날 귀경했다는 기사 조모(66)씨가 현금 1만원짜리를 쥐고 복권방으로 들어섰다. 1등 당첨자만 13명이 나와 ‘명당’으로 꼽힌다는 곳이다. 조씨는 “명절에 물가 얘기, 집값 얘기만 잔뜩 나누고 돌아오니 갑갑해졌던 차에 복권방이 보여서 왔다”며 “작년에 기름값도 너무 올라서 힘들었는데 좀 넉넉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을 맞아 식당과 카페 대부분이 휴업 안내문을 써붙이고 문을 닫아 종로구 거리 일대에 적막만이 감돌던 가운데, 복권방만이 나홀로 ‘대목’을 맞고 있었다. 연휴 사이 복권에 희망을 걸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 날씨에도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채 찾아온 이들로, 복권방 문에 달린 종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곳 로또 판매량은 이번 주차 판매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이날 벌써 6000개를 넘어섰다. A복권방 사장은 “평소와 비교하면 50% 정도 많은 수준”이라며 “어제도 한낮까지 줄을 서서 복권을 많이들 구매했다”고 말했다.

명절 특수는 이곳만의 일은 아니다. 관악구 소재 B복권방 역시 “휴일에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원래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이번 설엔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재작년 로또 전체 판매액이 가장 높았던 주차 역시 설 직후 추첨분이었던 2월 둘째주(1088억여원)였다. 김대중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출이 많아지는 명절에 서민들의 경제적 압박감이 심해진 영향”이라고 추정했다.

과거 재미 위주였던 복권을 사는 이들의 목적도 ‘생존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조사한 ‘2022년 복권 인식 조사’에 따르면 복권 구매 이유에 대해서 ‘삶의 흥미나 재미를 위해서’라고 답한 비중은 전년 74.0%에서 72.8%로 소폭 줄었다. 반면 ‘일확천금을 좇는 도박’이라고 답한 비중은 48.9%에서 49.3%로 늘었다.

실제로 이날 복권방을 찾은 이들은 불황 속에 더욱 깊어진 미래에 대한 불안을 털어놨다. 로또 6장을 한번에 구매한 직장인 김재형(30)씨는 “근로소득만으론 더 이상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불안이 생겨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부터 로또를 사보기 시작했다”며 “오늘도 집에 있다가 쉬면 뭐하나 싶어 나왔다”고 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멈춰서 로또를 구매한 기사 정모(32)씨도 “가끔씩 구매를 해왔는데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보니 이젠 진짜로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해져서 매주 명당들을 찾아다니게 됐다”고 했다.

올해는 저소득층의 구매 비중도 늘어났다. 지난해 복권을 산 이들의 소득은 2분위(189만~316만원) 사이 중‧저소득층 비중이 전년 8.7%에서 17.7%로 크게 증가했다. 1분위(188만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3.3%로 늘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4분위(466~673만원) 구매 비중은 40.1%에서 39.0%로 소폭 줄었다. 김 교수는 “통상 로또 구매를 많이 하는 저소득층의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작년엔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중산층의 구매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판매량은 6조4292억원으로, 사상 처음 6조원대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까지 4조원대에 머물던 연간 복권판매량은 2020년 5조4000억원으로 뛴 이후 2021년 5조9755억원으로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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