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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상의 현장에서] 부동산정책, 더이상의 아마추어는 사절

정부와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파기 논란에 휩싸이며 진땀을 빼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토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대책에서는 “올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까지 도시 재창조 수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히면서다.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목차’만 내놓을 뿐 ‘알맹이’는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1기 신도시 주민은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는 2024년 총선용”아니냐며 구체적인 정책은 없이 선거용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통령실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지난 22일 국무회의)며 주무장관을 질책했다고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23일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공약대로 신속히 추진하겠다”면서 “단 하루도 우리(국토부)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약속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논란은 예견됐던 일이다. 시작부터가 사실 졸속이었다. 새 정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주요 우선순위 공약으로 잡았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부동산 정상화 세 번째 공약이었다. 아예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따로 떼어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야 가릴 것 없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구체적인 검토가 없었다는 점이다. 수십만 명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문제다. 하지만 이주대책, 도시의 과밀화에 대한 대안 제시는 전혀 없었다. 일단 표를 얻기에 급급했다.

청사진 없이 공연히 해당 지역의 집값만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대감에 오르던 집값은 이제 실망감에 빠지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 내외 수준으로 낮지 않다. 재건축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기 힘들고, 그만큼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새 정부는 특별법 제정, 용적률 최대 500%까지 확대, 안전 진단 규제 완화, 10만가구 추가 공급 등의 공약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 도시정비전문가는 “1기 신도시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면 각종 인프라 등을 따졌을 때 그 도시는 살 수 없는 도시가 된다. 결국에는 집갑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섣부른 정책이 주민의 기대를 크게 했고, 집값만 올려놨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빠지자 이제 그 집값이 빠지며 새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탄생했다. 지난 정부의 집값 폭등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며 얻은 정권이기에 현 상황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면밀한 분석과 적극적인 소통,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시장의 불신을 잠재워야 할 시기다. 지난 5년으로도 모자라 더이상 아마추어 정책의 헛발질을 볼 여유가 없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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