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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폭우를 부르는 바다

최근 서울 한복판과 수도권이 물에 잠겼다. 8월 8~9일 양 일간 누적 강수량이 500㎜ 가까운, 그야말로 폭포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번 강수량은 1907년 우리나라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이라고 한다.

우리는 근래에 기상 이변을 많이 경험한다. 때론 극심한 가뭄으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론 홍수가 나기도 한다. 이런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널뛰기를 하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다는 지구의 기후와 기상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이 증발하고 많은 습기를 머금은 비구름이 육지로 유입된다. 바다는 폭우의 씨를 잉태해 육지에 물폭탄을 퍼붓는다. 이러한 물의 순환은 우리가 사용하는 깨끗한 물의 공급원이 된다. 비가 내려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수와 생활용수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강수량의 지역적인 불균형이나 집중호우는 큰 피해를 일으킨다. 언제부턴가 겨울철 우리나라 서해안에 폭설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교통이 마비되고, 비닐하우스가 눈 무게 때문에 무너져 내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서해안 폭설은 지구온난화로 황해의 표층수온이 예전보다 올라간 것이 한몫한다.

우리가 아는 바, 지구는 온갖 생물이 살아가는 유일한 행성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물을 품은 바다가 있어서다. 물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하다. 생물 몸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활동은 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은 비열이 커서 지구의 온도조절기 역할을 하므로 생물이 살기에 적절한 환경이 유지된다. 세계 바다를 누비는 해류가 있기에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 차가 다른 행성보다 훨씬 적다.

저위도에서 고위로도 엄청난 양의 열을 운반하는 해류의 양상이 변하면 기후가 바뀌고 기상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해류가 바뀌면 지역에 따라 오히려 한파가 올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을 따라 걸프스트림이 북상한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모든 곳에서 온도가 올라간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역에 따라 오히려 추워지는 곳이 생길 수도 있다. 전 세계 바다를 순환하는 대규모 바닷물의 흐름이 있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표층해류와는 달리 수온과 염분에 의해 결정되는 바닷물의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을 열염순환이라고 한다. 컨베이어벨트처럼 연속으로 움직이므로 ‘대양 컨베이어벨트’라고도 한다. 열염순환은 바닷물의 밀도 차이에 의해 만들어진다.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온과 염분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덜 짤수록 바닷물은 가벼워진다. 반대로 온도가 낮을수록, 더 짤수록 바닷물은 무거워진다. 열염순환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북극에 가까운 북대서양의 차고 무거운 물이다. 이 물덩어리가 심층으로 가라앉아 북대서양 저층을 따라 저위도로 움직이는 힘이 대순환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북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 염분이 낮아지고 온도는 올라간다. 밀도가 작아진 물은 더는 컨베이어벨트를 돌릴 힘을 잃게 된다. 그러면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열을 공급하던 해류의 흐름이 약해져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얼어붙을 수 있다.

우리와 멀리 떨어진 듯 느껴지는 바다가 사실은 우리와 밀접한 기상 이변이나 기후 변화를 좌지우지한다. 바다를 잘 이해해야만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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