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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좀 더 세심해져야 하는 오은영 상담예능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오은영은 상담예능을 정착시킨 공로자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국민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고 솔루션을 제시해 사이다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

그러다 보니 오은영이 진행하는 상담예능이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KBS ‘오케이 오케이’ 등 6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육아멘토’로서 아이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내 바로 적용 가능한 금쪽 처방을 제시한다. 이 인기로 만들어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는 연예인과 셀럽들의 다양한 고민을 풀어가는 멘탈 케어 예능이다.

‘결혼지옥’에 오면 폭언하는 아내와 이를 감당하기 힘든 남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오케이 오케이’는 예비부부등 전국의 사연자들을 찾아가 고민을 상담해 준다. 오은영은 서로 스타일과 방식이 달라 갈등하는 커플에게 “부부는 일심동체나 자웅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다. 똑같은 게 아니니까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은영은 명쾌한 처방과 따뜻한 위로로 당사자는 물론이고 시청자에게도 힐링을 선사한다. 사회적 순기능이다. 하지만 방송이 많아질수록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부분도 생긴다.

사람의 내면, 정신세계, 행동특성은 한가지 요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며, 종합적으로 작용해 외부로 드러난다. 오은영의 핀셋으로 콕 집어내는듯한 분석은 명쾌해서 좋기는 하지만, 전체를 건드리지 못하고 방송용으로만 성공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정신세계를 무협지에서나 등장하는 일도양단식으로 말 하기는 어려울 때도 있다.

제작진은 방송을 오래찍다 보면 문제 가족의 특성이 보인다. 하지만 오은영은 제작진이 찍은 여러 차례의 분량중 1회만의 VCR을 보고 스튜디오로 초청된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처방을 내린다. 그래서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을 내리기 힘들 때도 있지만, 오은영은 항상 맞춤형 금쪽 처방을 내놓는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결론은 파급력이 강한 오은영이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어서, 실제로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사람들은 오은영 처방으로 단정지어버리는 일반화의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몇몇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 스스로 오진할 수도 있다.

오은영이 2006년~2015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말할 때와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때는 전문가 한 사람이 얘기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절대자’ 같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프라이버시 유지의 문제다. 의사가 문진(問診)으로 듣게 되는 환자의 비밀을 공개하면 처벌받는다.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19조(비밀누설의 금지)에 의해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은영 상담예능에는 그런 환자 비밀과 관련된 내용들이 더러 보인다. 방송은 이런 민감하고 자극적인 사항들을 오히려 시청률을 올리는데 쓴다. 배우 한가인이 일찍 결혼한 이유가 자신을 학대한 언니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가수 김윤아, 영화감독 양익준도 내밀한 흑역사를 담고 있는 가족사가 공개됐다. 그 가족들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연예인들은 방송국에다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한 매체 기고를 통해 “방송 상담소는 마치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수술 같아 보여 걱정이다”고 쓴 바 있다. 많은 국민이 수술로 탈이 난 부위를 칼로 째고 피를 흘리는 장면을 다 봤다. 마취가 깨고 보니 많은 사람이 다니는 사거리다. 당혹감과 수치심의 뒷감당은 오로지 당사자 개인 몫이다.

부모는 방송에 동의하고 출연을 결정하지만 아이들은 출연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부모가 출연을 밀어붙여, 아이들이 나중에 놀림감이 될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오은영 상담예능이 순기능이 있음에도 섬세하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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