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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어쩌다 ‘ESG’…ESG에 값을 매긴다

“얼마면 돼?”라는 유명 드라마 대사가 있다. 사랑에 값을 매기면 얼마이냐는 것에 대한 물음이다. 시청자들은 세상에 모든 것을 돈으로 값을 매기려는 의도에 대해 ‘비윤리적’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나 정작 상대 배우의 답은 의외였다.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사회적가치’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개념이 모호하고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용역이 아니므로 값을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자체에 ‘윤리적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추상적 개념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또 다른 저서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실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10만원짜리 공연을 보기 위해 길게 서 있는 줄에서 누군가 한 명이 ‘새치기’를 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9만원씩 보상해 준다면 대부분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업 간 인수합병(M&A) 계약에서 특정한 자산에 대해 실사를 요구하지 않거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대신 얼마의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시장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대상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이득이거나 손실이라는 개념만 있으면, ‘공통된 가격’으로 표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다.

ESG 성과를 화폐가치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사실 비영리법인의 사회공헌활동 성과를 화폐적으로 추정해 투자금액 대비 평가하려는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분석에서 확산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투자펀드들이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 투자 대상에 대한 재무적·비재무적 가치를 화폐적으로 평가해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또 PwC, KPMG 등과 같은 대형회계법인들이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화폐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 개발도 이뤄졌다.

특히 2019년에는 한국의 SK를 포함해 글로벌 민간기업들이 VBA(Value Balancing Alliance)라는 단체를 만들어 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사회에 준 영향을 화폐적으로 측정해 공시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소셜벤처들의 임팩트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사례를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ESG에 값을 매기는 것의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제품의 가격에 반영이 될 수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 탄소국경세를 발표해 제품의 가격에 탄소의 가치가 반영되도록 하는 시도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동일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공정과 소재에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가게 된다. 환경투자에 있어서 투자효과를 화폐적으로 측정하면 어떤 투자가 더 효과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의 종합적인 ESG성과도 화폐가치화 된다면 동 성과의 증감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ESG성과를 화폐적으로 측정하는 데에는 많은 반대가 있다. 사회적 가치 미국(Social Value US)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프리처드는 ▷다양한 참여자들이 화폐적 측정에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고 ▷평등, 공정, 웰빙 등과 같은 종류의 임팩트에 대해서는 화폐적 측정이 적절하지 않으며 ▷측정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ESG에 대한 화폐적 측정에는 유용성과 한계점이 모두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모든 생산과 소비에는 ‘가성비’가 있듯 ESG도 보다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ESG 성과의 가성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진다면, ESG 성과를 화폐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은 불가피하다. 

오준환 SK사회적가치연구원 SV측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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