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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국민연금의 계속되는 역주행…투자손실 ‘눈덩이’
5월말 수익률 전월比 더 악화돼
6월 증시 폭락…최악의 상반기
적립금 사상 첫 감소 가능성 커
국민 노후자금 치명상 입을수도
자산배분·종목비중 등 점검필요

비국민연금의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운용기금이 38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연금보험료 등으로 2조원 이상이 신규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40조원이 날아간 셈이다.

5월까지 수익률은 국내 주식이 -7.86%로 비교지표인 코스피를 0.59%포인트 앞섰다. 해외주식은 -8.65%를 기록 비교지표(MSCI월드)에 0.19%포인트 뒤졌다. 이는 그나마 원화약세에 따른 환차익이 반영된 결과다. 달러 기준으로는 -13.6%로 더 떨어진다. 이 역시 비교지표 대비 0.92% 부진한 성적이다. 국내 채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자산이 배분된 해외주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교지표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가 계속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국내 채권에서도 무려 4.18%의 손실을 입고 있다. 역시 시장대비 0.02%포인트 못한 성적표다. 국민연금은 단일 주체로 국내 최대 채권투자자다. 대체자산에서 4.44%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대부분 이자·배당 수익 및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화 환산 이익이다.

지난 6월 미국 증시(나스닥, S&P500)는 8% 이상 급락했다. 코스피는 13% 넘게 폭락했다.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경신할 전망이다. 2007년 주식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11.6%였다. 국민연금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립기금이 줄어드는 ‘굴욕’을 맛볼 듯하다.

이쯤 되면 국민연금기금이 과연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지 한번 다시 살펴볼 때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보면 2020년말 기준이지만 국내 주식의 경우 삼성전자 비중이 무려 29.5%다. 2021년 10월말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은 5185만주다. 5월말 종가 기준 약 35조원 어치다. 국내 주식보유액의 23%다. 현재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19%다.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단일 종목 비중은 10%를 넘지 못하고, 삼성전자도 시가총액 비중을 초과할 수 없다. 연금도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업법에서도 보험사 자산에서 동일 법인이 발행한 채권 및 주식의 소유 합계액 총 자산의 7%(특별계정은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 보다 4%포인트 가령 더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7%포인트 이상 뒤졌다. 2020년 말 29.5% 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삼성전자 쏠림이 여전한 셈이다.

해외주식은 반대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페이스북) 등은 미국 증시 시총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가장 최근 해외주식 포트폴리오(2020년말 기준)에서 5종목의 보유액은 약 20조원 가량이다. 미국 주식 보유액 대비 17.3%다. 2020년말 이들 종목의 증시 비중이 더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과소 보유인 셈이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국민연금 해외주식 수익률은 23.48%포 비교지표 대비 0.32%를 웃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의 초과수익률 1.2%포인트에 못 미친다. 올해는 지난 3년간의 초과수익률마저 모두 까먹을 수도 있다.

내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목표 비중은 국내 주식 15.9%, 해외 주식 30.3%다. 각각 1조 400억 원, 33조 8320억 원 어치를 더 살 예정이다. 비록 해외에만 투자하는 국부펀드지만 한국투자공사(KIC)의 지난 해말 주식비중은 40.6%로 국민연금 보다 낮다. 국민연금의 2027년 목표 비중은 국내 주식 14%, 해외주식 40.3%다. 달러 초강세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늘리면 향후 원화 강세 전환 시 환차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의 달러 가치는 글로벌 경제의 상당한 위험을 반영, 역사적 평균을 상회한다.

투자에서 기대수익(return)은 위험(risk)과 비례한다. 노후자금은 나이가 들수록, 운용자산 규모가 커질 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게 정석이다. 수익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높으면 시장 충격에 따른 손실도 커진다. 퇴직연금은 각 개인별 자산이다. 수익과 손실이 모두 개인 단위로 한정된다. 공적연금은 집단으로 운용된다.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다 실패하면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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