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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윳값도 오르나" 낙농가·유가공업체 원윳값 협상 파행 [언박싱]
유업체 “생산비연동제 폐지 우선” 주장
2011년 원유 납품 중단 되풀이되나
원윳값 인상, 밀크플레이션 불가피
유가공제품·제과·카페라떼 줄줄이 오를 수도

지난 26일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우유 및 유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 협상을 두고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거부하는 우유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유 생산단가도 올라 관련 가공제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의 합성어)’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업체 측인 한국유가공협회는 낙농제도 개선을 이유로 원유 기본 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원유 생산자 측인 낙농육우협회에서는 원유 납품 거부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유업체는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생산비연동제’를 폐지하고,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음용유는 가격을 유지, 가공유는 낮추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먼저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원유 가격 결정시한이 지난 24일이었지만 이는 낙농진흥회의 권고 사항으로, 기한을 넘기더라도 당장 수급 등이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다. 또 원유 가격 인상 적용시기는 8월 1일부터로, 약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대로 협상 파행이 이어지다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거부할 경우 식음료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우유뿐만 아니라 요구르트, 치즈 등 유가공제품, 빵·제과, 커피음료까지 줄줄이 대란을 낳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8월에도 원유 가격 협상을 두고 낙농가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우유 공급을 하루 중단한 바 있다. 매일 5200t(톤)씩 원유를 공급하던 낙농가는 이에 90%에 달하는 4750t가량의 원유 공급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원유 가격의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낙농가단체와 유업체 간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우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우유 및 유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

우유대란 당시 우유업체의 재고가 남아 있어서 대형 마트 등 소매점에서의 흰우유물량은 유지됐으나 유제품 제조업체와 대형 제과점 등은 우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제과·유가공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아울러 생산비연동제도를 개편해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생산단가가 치솟으면 밀크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4.2%(34원) 증가한 1ℓ당 843원으로, 원유 기본가격 산출식에 따라 올해 ℓ당 47~58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이처럼 생산비가 급격히 뛰는데도 원유 가격이 고정된다면 낙농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아져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낙농육우협회 측 설명이다.

유업계는 인구가 줄면서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해외 시장 개방으로 저가의 수입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원윳값 책정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농가 배합사료 가격은 30~40% 올랐지만 원윳값은 그대로니 사육을 포기하 농가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사육 두수가 구제역 살처분 수준으로 떨어져 이 상태로는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한 원유 부족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유제품발(發) 물가 인상이라는 ‘밀크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업계는 제품가격 줄인상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스틱커피, 발효유 제품가격을 올렸으며 매일유업, 동원 F&B, 서울우유 등 다른 유업체도 치즈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지난 12월에는 원유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생크림 수요가 폭증하자 가격이 생크림 가격은 30%까지 뛰거나 생크림이 동나 케이크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마저 급등해 우유 가격이 오르면 식음료업계 전반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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