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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라 부르라더니” ‘박화영’ 닮은 BJ 살인사건…국민참여재판서 유사가족 실체 드러날까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형성한 '유사가족' 세계를 그린 영화 '박화영'. 주인공인 박화영(배우 김가희)는 이 세계의 엄마다. 같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며 엄마를 자처하지만, 다른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폭행을 당하는 신세다. 피해자는 가출한 뒤 20대 BJ 한모 씨의 집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4명의 시청자와 동거하다 변을 당했다. 피해자가 '유사가족'에서 맡은 역할은 '아들', 가해자인 한 씨가 맡은 역할은 '아빠'였다. [영화 '박화영' 스틸컷]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른바 ‘20대 BJ의 시청자 살인사건’의 피의자 한모 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해당 사건은 가출한 시청자와 함께 살며 자신을 ‘아빠’로 부르게 했던 한 씨가 이들 중 한 시청자를 폭행해 살해하고, 다른 시청자들과 함께 유기해 논란이 됐다.

13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한모 씨는 이날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한 씨는 올해 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주거지에서 피해자 B씨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가 숨지자 범행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오전 1시께 집 인근 육교 밑 공터에 시신을 유기했다.

[JTBC]

한 씨는 피해자 B씨와 동거하며 ‘유사 가족’을 연기하던 사이였다. 한 씨는 자신의 집에서 이번 사건의 공범인 시청자들과도 함께 살며 이들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아들 역할을 맡았다. 그를 제외한 다른 한 명이 엄마, 나머지가 각자 아들과 딸 역할을 했다. 마치 영화 ‘박화영’이 보여준 유사 가족 관계를 재현한 것과 같은 상태로 지내왔던 것.

이들의 가족놀이는 영화 ‘박화영’ 속 갈 곳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만든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속 가출 10대들은 역할 놀이를 하듯 아빠·엄마·딸·아들 역할을 맡아 함께 지낸다. 그러나 단란한 가족을 표방한 이 작은 집단은 거친 욕설과 폭언, 폭행과 비행 등 착취와 피지배로 연결된 기형적 관계일 뿐이다.

살해 당한 피해자 B씨 역시 지난 1월 중순 집을 나와 한 씨의 집에서 유사 가족으로 생활하던 중 변을 당했다. 한 씨는 함께 산 지 보름여가 지난 뒤부터 B씨에게 ‘집을 어지럽힌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이유를 대며 지속적인 폭행을 가했다.

영화 초반 간헐적인 폭력에 노출됐던 주인공 박화영은 작품 후반부에 이르면 완전한 폭력의 피해자로 전락한다. [영화 '박화영' 스틸컷]

한 씨의 범행을 돕거나 방조한 혐의(살인·사체유기·사체유기 방조 등)로 함께 기소된 공범 4명은 이들의 가족 놀이에서 각각 엄마와 아들·딸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까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 씨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1년여간 신청 곡을 받고 노래를 불러주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인 공범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은 이달 20일에 열린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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