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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스포츠의 전쟁억지력

전 세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했다. 피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고 있는 불행과 공포가 얼마나 심각할지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양국 사이에 천연가스 수출 문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 등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겠지만 침략전쟁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들고 나온 러시아에 전 세계의 비난이 쇄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자산 동결, 금융 제재 등으로 푸틴을 압박하는 가운데 스포츠계의 전쟁 반대 메시지도 다양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1일 UEFA(유럽축구연맹)와 함께 “앞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국가대표와 클럽팀의 FI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던 러시아는 카타르에 갈 수 없게 됐다. FIFA가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국가에 제재를 가한 것은 1964년과 1976년 인종차별 정책을 고수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1994년 유엔 제재를 받은 유고슬라비아 이후 이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세 번째 사례다.

월드컵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제재’가 전방위로 러시아에 가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재벌로부터 받던 후원금을 뿌리치고 계약을 파기하는 구단과 단체도 늘어나고 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변경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각종 국제 대회를 러시아에서 개최하지 말 것을 종목별 국제연맹(IF)에 촉구했고, 실제로 많은 종목의 대표 기구가 러시아에서 예정된 대회를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이 아닌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였어도 이렇게 한목소리로 연대와 응원을 보냈겠느냐는 비판적인 견해도 대두된다. 실제로 서방세계가 전쟁과 테러가 일상처럼 돼버린 아프리카나 중동 국민이 겪는 비극에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역시 외면해야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스포츠계의 전쟁 반대 목소리에 푸틴이 꿈쩍이나 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또 국제배구연맹(FIVB)처럼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러시아 대회 개최를 강행하려는 기구도 있다.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긴 했다. 스포츠가 전쟁을 막거나 독재자의 전횡을 막는 데에 큰 힘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며,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약소국에 완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립을 외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스포츠가 갖는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경기를 가졌던 이란-이라크나 오랜 내전과 가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승전보를 전하는 약소국 선수들을 떠올려보라. 스포츠계의 저항(?)은 정치·경제·외교·군사 분야의 서릿발 같은 조치에 비하면 작은 외침일지 모르지만 그 울림까지 작지는 않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의 힘은 한 선수, 한 팀, 한 나라의 스포츠가 외치는 작은 목소리도 충분히 증폭시켜 준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푸틴이 이번 전쟁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스포츠계가 던진 여러 가지 목소리는 분명 러시아와 푸틴에게 작지 않은 균열과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를 확인할 시기가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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