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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에 하나씩 팔린 LA갈비? 데이터 분석이 만들었죠”…국내 1호 ‘간편식 전문’ 플랫폼 우뚝 [인터뷰]
임승진 윙잇 대표 인터뷰
“큰 무기는 데이터와 집요하게 반복하는 실험”

‘간편식’ 전문 커머스로 우뚝
상품 출시 46단계로 쪼개고
판매량 예측 시스템 자체 구축
올 한해 100명 식구 늘리고 24년 IPO 목표

임승진 윙잇 대표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무려 지난 2년간 e커머스 플랫폼에서만 5분에 1팩 꼴로 팔린 LA 갈비 밀키트가 있다. 이 밀키트는 손으로 직접 지방을 제거한 고기와 생파인애플을 넣은 부드러운 육질로 20~40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상품 페이지에 ‘재구매’ 의사를 밝힌 후기만 1만3000개에 이를 정도다.

“데이터를 추적하다가 온라인으로 산 LA 갈비에 실망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LA 갈비와 함께 비계가 많고, 양념이 적고, 잡내가 난다는 키워드를 발견했죠. 시작은 간단했어요. 이런 단점을 없앤 밀키트를 만들면 어떨까? OEM 업체를 찾았죠.”

임승진 윙잇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윙잇은 e커머스 업계에서 RTH, HMR 등 ‘간편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2년 사이 특히 가파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2015년 12월 창업 이후 윙잇의 회원은 66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거래액은 200억원을 돌파했다. 다음달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인근 건물로 사옥을 옮기고, 본격적으로 TV CF도 방영할 예정이다. 시리즈C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임 대표는 예상외로 덤덤했다. “이젠 식구가 70명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올해에만 30여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고요. 규모가 커졌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부담이기도 하죠. 책임이 막중합니다.”

2020년 1월 출시 이후 누적 매출 40억원을 돌파한 윙잇의 양념 LA 갈비

임 대표는 이공계 출신 개발자다. 홍익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이스트소프트에서 병역특례 개발자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취업을 뒤로 한 채 우연한 기회로 e커머스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만 해도 임 대표는 대학교 4학년 학생이었다. “지하철에서 표정 없이 책 읽는 사람들을 보다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하면 재밌겠다고요. 기존 독서 모임과 달리, 읽어야 할 책을 지정하지 않고 각자 자신이 읽은 책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에 그룹을 열었는데 하루 만에 100명이 넘는 분이 가입을 했습니다.”

이 독서 모임은 8년이 지난 현재 회원 수 1만명에 이르는 아그레아블로 성장했다. 아그레아블에서 스핀오프해 나온 스타트업이 윙잇이다. 윙잇에 호기심이 많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유독 많은 이유다. “윙잇에는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가파른 분들이 많아요. 저는 소위 감 좋은 MD(상품기획자) 보다 빨리 실행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빨리 배우는 MD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모두는 ‘원래 그 일을 할 줄 안다’라는 게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봐요. 격차를 유지하는 기술을 갖지 않은 이상, 사람이 하는 사업은 99% 따라잡힐 수밖에 없는 거죠.”

임 대표가 생각하는 무기는 데이터와 집요하게 반복하는 실험이다. 임 대표가 상품 출시 프로세스를 46단계로 잘게 쪼갠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우선 실시간 검색어, 연관 검색어, 수요 조사 설문조사 결과, 샘플 상품 자문단 피드백, 상품 구매 후 설문조사 결과, 포커스 그룹 인터뷰 내용, 해시태그 수 등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행동 패턴의 인과 관계를 찾는다. 이후 상품 기획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표 수치에 도달했는지 끊임없이 A/B 테스트(여러 개선안 비교 시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임 대표는 윙잇이 사입한 상품이 월 매출 500만원을 넘어서면 해당 상품을 PB(자체 브랜드)화 했을 때 평균 매출이 4배 증대한다는 규칙을 발견했다. 월 매출 2000만원을 넘어선 PB 제품에 대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해야 광고 효율이 높다는 점도 찾아냈다.

“매출 그 자체에 대한 수치에는 인사이트가 없어요. 각 단계에 있는 작은 목표 수치에 도달했느냐 여부에 따라 PB 상품화, 퍼포먼스 마케팅 등을 고려합니다. 상품 출시 이후에는 한 달에 걸쳐 회고 작업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하는 편이고요. 그래야 큰 목표(매출)에 도달할 수 있어요.”

임 대표는 “‘윙잇은 버티컬 플랫폼”이라며 “우리의 사업 모델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커머스도 아니고 종합 쇼핑몰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간편식이라는 특화된 주제를 활용해 오프라인, B2B, 글로벌로 윙잇만의 커머스를 확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목표다.

“‘아, 간편식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보여드리고 싶어요. 바쁜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고요. 목표를 이루려면 앞으로 작은 실패를 정말 많이 해야겠지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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