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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들, 중소 재건축서 발빼는 까닭
문래동 등서 시공사 선정 난항
수익성 낮고 조합 요구 많아 외면
진주맨션 공사입찰에 참여사 없어
건설사 “공사비 늘려달라” 요구에
조합원 “분담금 늘어난다” 거부감
수주 앞둔 한강맨션 등 유사 흐름
중소 재건축 단지의 시공권 유찰이 잇따르고 있다. 단지 규모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조합원들의 까다로운 시공 조건 요구에 시공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래동 남성맨션(위쪽)과 진주맨션의 전경. 서영상 기자

중소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눈 높이가 높아진 조합원들이 까다로운 시공 조건을 요구하는 데다, 단지 규모가 적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시공사들이 외면하는 모습이다. 잇따른 시공사 경쟁입찰의 유찰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한층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도시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문래동 진주맨션 재건축조합은 오는 27일 제2차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당초 진주아파트는 지난달 1일 입찰을 한 차례 진행했으나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었다.

진주맨션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1차 현장설명회에 5개 회사가 참여했는데도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며 “재입찰 마감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2차 입찰에도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주맨션 입찰에 시공사들의 참여 열기가 부진한 데는 우선 재건축 규모가 작아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1984년 지어진 진주맨션은 160가구 규모다. 6개 동, 지하 3층, 지상21층의 324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조합이 예정하고 있는 공사비는 1·2차 입찰 때 모두 878억이었다.

진주맨션 1차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 관계자는 “물가도 원자재 가격도 오른 상황에서 (조합이)제시한 금액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2차 때도 다시 한번 견적을 내보겠지만 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내달 4일 입찰마감을 앞두고 있는 문래동 남성맨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맨션 또한 소규모 재건축 단지다. 484가구로 재건축 될 예정이고, 공사비는 1050억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외 설계사를 써 설계 도면도를 만드는 등 여러 부분에서 쓰이는 간접비들이 상당하다. 최근에는 사업장이 늘어나며 안전사고 이슈도 많다”며 “건설사들이 어느 정도는 수익이 나야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며 수주하려 노력할텐데, 최근 조합들이 너무 깐깐한 조건을 내미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최대어 중 한 곳으로 꼽혔던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 과정도 이런 흐름과 유사하다. 당초 GS건설과 삼성물산의 2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GS건설이 단독 입찰하며 1차 유찰됐다. 조합이 입찰보증금 1000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라고 제시한 점이 수주전 참여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공사 선정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로, 업계에서는 결국 GS건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시장의 호황이 장기간 이어지며 최근 재건축 조합원들의 눈 높이가 크게 높아져 있다”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장에 대해선 굳이 무리하게 수주를 받아야할 유인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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