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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원자재 공습에 대비하라

중국의 수출 통제로 촉발된 최근의 ‘요소수’ 대란이 표면상으로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송구함을 표할 정도로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일부 완화되고 또 대체 수입 등을 통해 당장의 위기는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요소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주유소들이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요소수 품귀 사태는 한 마디로 정책 실패의 전형이다.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농업생산의 필수재인 요소는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수용액 형태로 쓰인다.

과거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공장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는 중국산 저가 요소의 국내 시장 장악으로 2011년 이후에는 생산공장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비록 가격경쟁력이 매우 낮음에도 산업의 장기 균형과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요소와 요소수의 자국 생산을 유지해온 이웃 나라 일본과는 전혀 딴판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적절히 조절하거나 아니면 보조금을 통해서라도 국내 생산공장의 수지타산을 맞춰줬어야만 했다.

요소수로 불거졌던 원자재 부족 사태가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부품과 배터리, 마그네슘, 니켈, 규소, 실리콘, 희토류와 같은 필수 원자잿값이 치솟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산 수입에 의존해온 겨울철 제설에 필수인 염화칼슘 부족 사태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일본의 전략적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2019년의 반도체 소재 대란과 같이 높은 특정국 의존도로 인한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매우 높다.

현재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1만2000여개 품목 중에서 31.3%에 해당하는 3900여개가 특정 국가 의존도 80% 이상이며,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50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들도 상당 부분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소재인 규소는 98.6%, 전기차용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흑연과 리튬은 80% 넘게 중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와 같은 산업구조는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앞으로 공급망 리스크의 빈도와 강도가 배증할 것이다. 중국 등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수급 상황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선제적인 수입국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위기 가능성이 큰 품목들에 대해서는 국제적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자체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공급망 모니터링과 대응책 마련, 주요 품목에 대한 비축량 확대, 그리고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 전략 수립과 관리는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제안보 차원의 정밀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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