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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큰돈 쓰고 욕먹는 방법

짧지 않은 시간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며 느낀 안타까운 점 중 하나가 국내 스포츠시장, 스포츠마케팅시장은 아직 자생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각 스포츠 구단이나 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도 밝히는 엄연한 사실일 뿐 아니라 실제 평범한 스포츠팬이 각 구단의 수입과 지출 항목을 꼽아보기만 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수억 내지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늘어가고,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은 100억대를 넘긴 선수들도 나오는 시대다. 여기에 시즌 내 운영비, 코칭스태프와 경기장 사용료 등을 떠올려보자. 입장 수익, 유니폼이나 각종 상품판매 수익은 지출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이 때문에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팀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지원으로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펫스포츠’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입장 수익을 벌어들이는 미국에 비하면 애초에 시장의 구조와 규모가 비교 불가다.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는 400~500억, 그보다 인원이 적은 프로축구는 250억~400억 정도로 알려졌다. 모 기업이 절반이 넘는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팀이 굴러갈 수 없는 구조다.

기업이 돈벌이도 안 되는 프로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보 및 마케팅 효과와 모 기업의 이미제 제고, 또 해당 스포츠에 대한 오너의 각별한 애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매출 모델이 탄생하기 전에는 프로팀과 선수들은 성적과 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무이자 존재이유다. 거액을 출연하는 모 기업과 대가 없는 응원을 보내는 팬들은 우승 혹은 극적인 승부, 발전하는 모습, 선수들의 활약으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팀이 지금 스포츠계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그렇다. 학폭 논란에 휩싸였던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 사건이 여전히 배구팬들의 기억에 생생한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꼴불견이 이어지고 있다.

감독에 불만을 품은 선수가 팀을 뛰쳐나가고, 코치가 뛰쳐나갔다. IBK기업은행은 그러나 감독과 단장을 경질하고 그 코치에게 버젓이 감독대행 자리를 맡겼다. 새 감독이 뽑히면 물러난다고 했다가, 감독대행에서만 물러난다는 뜻이었다고 번복한다.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IBK기업은행 배구단의 팬들은 실망감에 빠졌고, 하루빨리 팀이 정상화되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기업은행 수뇌부나 프런트는 지금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은행을 제외한 타 팀사령탑들이 그 감독대행과는 경기 전 악수조차 하지 않겠다는 전무후무한 선언을 하고, 배구계 어른들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렵게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창립한 이후 언론에 이처럼 많이 오르내린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쪽으로. 이래서야 프로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수십억원의 연봉과 운영비를 대주면서 온갖 지탄의 대상이 되려고 팀을 만드는 기업은 없다. 이번 기업은행 배구단의 비상식적인 처리 방식은 도쿄올림픽 4강 신화로 달아오른 배구, 특히 여자배구의 인기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해당 팀과 문제의 선수, 코치가 입는 피해는 자업자득이니 상관없지만 다른 팀과 선수들, 또 많은 팬들의 상처는 누가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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