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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스우파’의 가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0~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스트릿 우먼 파이터 ON THE STAGE’ 라이브 공연을 봤다. ‘댄싱9’ 콘서트도 본 적이 있지만 ‘스우파’ 공연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관객의 80~90%가 여성이었다. 소녀시대와 카라 등 여성 아티스트에 남성팬 외에 여성팬들이 많아진 것은 그들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워너비’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스우파’의 동성 팬덤의 압도적인 존재는 ‘스우파’ 댄서들이 만들어낸 가치가 여성서사가 아니라 인간서사임을 입증하고 있다. 남성과의 관계(대항)가 아니라, 여성들이 여성 댄서들을 보면서 가지는 자신감, 유대감 같은게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스우파는 엄밀하게 여성서사라기보다는 인간서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동안 특정 성별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던 배틀, 싸움, 경쟁, 리더십뿐만 아니라, 화해, 용서, 화합, 사랑 등의 가치가 한 콘텐츠 안에서 자연스레 용해돼 있다”고 분석했다.

초반 라치카의 리더 가비가 춤싸움을 펼칠 때만 해도 여성들간의 복싱 또는 이중격투기가 연상될 정도로 대담하고 섹슈얼했으며, 자극적인 느낌이 났지만 ‘오직 댄서들에 의한, 댄서들만을 위한 무대들’이 펼쳐지자 남녀 할 것 없이 열광하며 개별팬덤이 형성됐다. 경쟁을 넘어 함께 즐기면서 배틀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댄서들의 복장은 조금도 선정적이지 않았고 ‘트월킹’(자세를 낮추고 상체를 숙인 자세에서 엉덩이를 빠르게 흔드는 춤)은 멋있었다. 허니제이가 선보인 앉아서 걷는 춤은 중독성을 남겼다.

춤의 실력경쟁이 형식이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스토리텔링은 오랜 기간 기억에 남게 했다.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과거 같은 크루의 제자였다가 팀을 나간 코카N버터 리헤이에게 ‘노 리스팩트 약자 지목 배틀’에서 지목당해 패하는 것으로 시작해 연거푸 패배하면서 거의 마음을 비우는 단계까지 갔지만 팀원들을 잘 추스르며 우승을 차지하는 극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허니제이가 유행시킨 “잘봐~언니들 싸움이다”라는 말은 이런 스토리속에서 나왔기에 힘이 더 살아있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등 리더들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만 크루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한다. 리더라고 폼을 잡는 게 아니라, 모두 플레이어를 겸하는 코치다. 솔선수범하는 팀장이다. 그들의 춤 대결은 개인적으로도 어울리고, 팀 플레이로도 잘 맞다. 개인의 멋도 추구하면서 지나치게 팀플레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자유와 질서가 다 살아난다.

홍경수 교수는 “앞으로의 방송 콘텐츠가 채굴해야 할 광맥은 바로 ‘스우파’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억눌려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 또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담대하게 공론 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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