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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백건우 “아내 윤정희 삶 힘들게 하는 것은 그의 동생들”
알츠하이머 앓는 ‘윤정희 방치설’ 반박
동생들 주장 보도한 ‘PD 수첩’…사실관계 확인 안해
“딸에 대한 억지와 인신공격, 허락 않겠다”
21억원 출금한 동생들 횡령죄로 고소

28일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부인 윤정희 방치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동행한 정성복 변호사가 공개한 윤정희씨 프랑스 거처 관련 사진. 백건우 씨는 이번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1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저와 아내 윤정희, 딸 백진희가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5)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 윤정희를 방치했다는 윤정희 동생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백건우는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내의 삶을 힘들게 하는 이들은 윤정희의 건강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의 형제, 자매들뿐이다”라고 말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지난 2월 청와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외부와 단절된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이른바 ‘윤정희 방치설’을 주장했다. 이후 지난달 7일 MBC ‘PD수첩’에서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을 방영, 논란이 확산했다. 백건우는 그간 말을 아껴오다 이날 처음으로 공식석상을 마련하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영화배우 윤정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아내의 동생들은) 2년 반 동안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사건의 의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국민청원 이후 약 8개월이 지나 백건우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게 된 것은 ‘PD수첩’ 방송 이후 프랑스 현지에서 윤정희를 간호하고 있는 딸 백진희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다.

백건우는 ”현재 가장 힘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픈 당사자를 옆에서 끝없이 간호해야 하는 우리 딸 진희이다“라며 ”간호라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인내를 요구한다.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우리 진희에 대한 억지와 거짓의 인신공격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파라치가 프랑스 아파트 앞에 진을 치고 있어서 딸이 자유롭게 생활을 못하고 힘들었다. 간호하는 것도 힘든데, 아빠로서 허락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건우와 그의 법률대리인 정성복 변호사는 ‘PD수첩’을 통해 방송된 윤정희의 다섯 동생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방송에서 윤정희의 동생들은 윤정희가 1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았고 다섯 동생 중 하나인 여동생이 서울에서 돌보고 있었지만 2년 전 갑자기 백건우와 백진희가 프랑스 파리로 데리고 가 윤정희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딸 백진희가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윤정희의 후견인이 된 뒤 사실상 윤정희를 만나지 못하게 됐다고도 했다. 백건우와 정 변호사는 ▶ 백건우 부녀가 윤정희를 강제로 파리에 데려갔다는 주장 ▶ 윤정희 방치 주장 ▶딸 백진희의 후견인 권한 남용으로 동생들과의 전화, 만남을 막고 있다는 주장 등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윤정희는) 프랑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정상 치료 중”이라며, “윤정희 배우는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 도움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후견단체도 놀랐을 정도로 잘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제로 파리에 데려간 것이 아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생들과 윤정희의 연락을 제한한 것 역시 백진희의 ‘후견인 권한 남용’이 아닌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윤정희 배우를 혼란에 빠트리는 동생들과의 접견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고등법원에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통화는 제한하지 않고, 오직 동생들과의 교류만 제한했다. “재판 과정에서 동생들이 법원에서 금지된 사진을 찍고, 윤정희에게 새 영화 촬영을 제안하는 등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백건우는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총 11억원(백건우 10억원, 백진희 1억원)을 25일 신청했다. 정 변호사는 “‘PD수첩’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한 사항이 무려 40항이나 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동생들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방영했다는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었으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한 것은 “프로그램이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변호사는 “영등포경찰서에 동생 손모씨의 21억원 횡령에 대한 고소장을 27일 접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백건우는 1980년부터 윤정희의 첫째 동생인 손미애씨에게 자신의 한국 연주료 관리를 맡겼다. 그 중 2003년~2019년 사이 21억여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됐다. 정 변호사는 “확인된 것만 21억여원이며 1980년부터 2002년까지의 계좌 내역은 확인할 수 얼마나 많은 돈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기자회견 말미 힘겹게 입을 열며 아내 윤정희와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은 대화라고 할 수 있는게 거진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정말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만나서 맛있게 같이 점심 먹고 ‘날씨가 좋네’ 그런 대화를 해요. 특별한 대화를 할 수가 없어요. 같이 영화를 봐도 이해를 못 하고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옆에서 간호를 해 보지 않으면 정말 알 수 없죠. 아내는 매일 평화롭게 자신의 꿈속에서 살고 있어요. 좋은 친구들이 주변에서 항시 돌보고 있고 정성으로,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그저 우리의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다음은 백건우의 기자회견문 전문.

저는 그동안 말을 아껴 왔습니다. 진실을 말로써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평생 음악에 전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현재 가장 힘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픈 당사자를 옆에서 끝없이 간호해야 하는 우리 딸 진희입니다. 간호라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인내를 요구합니다.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우리 진희에 대한 억지와 거짓의 인신공격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여름, 진희가 엄마를 모시고 바캉스를 떠났던 기간 동안, 윤정희 형제와 PD수첩은 윤정희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취재를 하여, 윤정희가 방치되었고 가족들에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왜곡보도한데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윤정희 형제, 자매들이 그간 청와대 게시판을 비롯하여 여러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주장해왔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영화배우 윤정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우 윤정희는 매일매일 평화롭게 자신의 꿈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윤정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이들은 윤정희의 건강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리고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형제, 자매들 뿐입니다.

또 그들이 왜 2년 반 동안 거짓된 주장을 해오고 있는지는, 그들의 의도를 잠시라도 생각해보시면 사건의 윤곽이 명확히 그려질 것입니다.

거짓과 진실은 항시 공존합니다. 거짓과 진술 중 무엇을 택하느냐는 우리 모두의 권한이며 책임입니다. 제가 보내드린 ‘보도자료’를 통해 무엇이 진실인지 여러분이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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