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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랑빔지공예전수회, 묵묵하고 꾸준하게 한지 길을 걷다

 


‘한지’는 역사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수한 품질의 한지가 존재해오며 지금껏 전통이 내려왔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해온 우리들에겐 큰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지는 최고로 따질 때, 약 2천 년이 넘는 생명력을 이어간다고도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글과 그림 전부가 한지 위에 쓰였고 그려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또한, 우리 선조들에게 한지는 단순히 책과 그림을 만드는 종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음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앞으로도 몇백년을 넘어 몇천년 이상은 거뜬히 한지의 명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서울 인사동 경인 미술관에서 개최된 2021 따뜻한지 서울한지문화제가 성황리 개최되었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전통한지공예가협회가 주최 및 주관을 맡은 서울한지문화제는 올해는 ‘따뜻한지’라는 재미있는 주제로 대중들과 오랜만의 만남을 가졌으며 특별히, 해랑빔지공예전수회의 작품 라인업들이 다채롭게 소개되어 높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한지문화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해랑빔지공예전수회 작가는 약 24년간 한지 외길을 꾸준히 걸어온 이유미 작가를 비롯하여, 신성희 작가, 신영희 작가, 이민서 작가, 조상아 작가, 이윤정 작가, 이정미 작가, 정미숙 작가, 조순영 작가, 천미령 작가이다.

기자가 지난달 개막 행사에서 바라본 한지 작품들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우리나라 한지문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선보인 작품들이 단순하게 전통의 명맥만을 잇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통이 아닌 박제일 뿐이다. 과거의 전통 한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현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젊어진’ 한지의 모습 덕분이었다. 해랑빔지공예전수회 작품들을 통해 비춰진 모습들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현대 제지와 충분히 접목하면서도 전통 한지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은 더욱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해랑빔지공예전수회 이유미 작가 역시 전통에 현대를 입힐 수 있는 기본작업들을 중요시 여기는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생 한지길만을 걸어온 한지인으로서, 전통공예를 고집하길 원했던 그녀가 능력이 출중한 현대공예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적극 추진한 점 역시, 대중들과의 편안한 만남과 함께 한지인의 명맥을 이어가고 후손들에게 전파하기 위함이다. 이번 서울한지문화제에서도 그 의도가 한껏 드러나 있음을 오로지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대중들에게 한지란 창호지, 화선지 등으로 대변되는 ‘옛것’이라는 인식이 종종 존재하곤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또한 해랑공예의 꾸준한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에만 존재했던 한지가 보다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나라보다 질 좋은 종이를 만들 수 있었던 우리나라만이 가질 수 있었던 전통이자 강인하면서도 수수했던 우리 선조의 생명력을 닮은 한지, 그 한지가 다시금 옛 명성을 되찾고 한껏 도약할 날들이 고대된다.

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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