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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연주의 현장에서] 돌봄 대란과 ‘전일제 학교’

# 20일 돌봄교실에 못 가고 급식까지 파업해서 점심에 빵이 나온다는데 초 1 아이 혼자 피아노, 태권도 갔다가 집에 와도 혼자 2시간 정도 있어야 해서 걱정입니다. 빵 먹고 태권도는 그날만 2시간 하고 오는데 맡길 곳도, 부탁할 곳도 없는 워킹맘이 죄인이네요. (경기도 부천의 초 1 학부모 A씨.)

급식조리사와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학비연대)가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급식·돌봄 공백이 현실화되자 곳곳에서 학부모들의 푸념과 걱정이 이어진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A씨처럼 급식은 빵으로 대체되고 돌봄교실까지 운영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맞벌이 학부모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보온도시락을 싸야 할지, 눈치가 보여 휴가 쓰기도 어렵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학교 급식·돌봄 파업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냉소적인 반응 속에서도 거의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대처는 대체급식과 단축수업, 마을 돌봄기관 이용 등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결국 중간에 낀 학부모와 학생들만 번번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가 올 4월 초 3 이하(만0~9세) 의 자녀를 둔 직장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워킹맘의 양육실태’에 따르면, 긴급상황 시 돌봄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69.3%가 ‘조부모나 친인척’을 꼽았다. ‘돌봄교실 등 공적 돌봄체계’라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직장을 그만두려고 고민했을 때 해결법'도' ‘조부모의 도움’이 '5'3.1%, ‘방과 후 돌봄교실’은 21.2%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서용동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등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시설은 올 4월 기준 수용인원이 43만9232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초등학생(269만3717명)의 16.3% 수준이다. 더욱이 초등돌봄교실만 보면 10.9%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독일의 ‘전일제 학교’ 운영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 3일 이상 학생들에게 1일 7시간 이상의 전일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8년 기준 전체 초등학교의 67.5%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생 참여율은 42.2%에 달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시 전후 끝나는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신경 쓰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죄책감에 퇴사하고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것이다.

양질의 초등 돌봄은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론 출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한국의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다. 더욱이 올해 합계출산율은 이 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급식과 돌봄을 무기로 한 교육공무직의 파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일제 학교 같은 공적 돌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때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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