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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국민 ‘현타’ 부른 화천대유 돈잔치

최근 정치사회 뉴스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곳은 단연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다. 50억원, 4000억원, 1000배.... 서민으로서는 평생 보기 힘든 숫자가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언론인 출신이 세운 신생회사 화천대유가 배당금 4000억원을 받으며 1000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기사가 쏟아지더니, 그 회사에 6년 근무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은 퇴직금으로 무려 5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화천대유 직원이던 박영수 특검의 딸은 대장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해당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15억원이라는데, 이전 숫자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체감상 현실’에 가깝다. 우스운 일이다.

기자는 얼마 전 만기된 1년짜리 적금을 잠시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정기예금 상품을 검색하던 와중이었다. 말 그대로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세게 왔다. 전국은행연합회 사이트의 금리 비교 서비스를 검색하던 순간은 분명 즐거웠건만 0.1%포인트 금리 차이를 따지던 과정이 갑자기 모든 의미를 잃었다. 차라리 2030세대가 많이 한다는 가상화폐 투자나 해야 하나 싶다.

집도 없다. ‘나야말로 임차인’이다. 수년 전 직장을 옮길 때 전 직장에서 “그동안 고생했다”며 손에 쥐어줬던 퇴직금은 2000만~30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수저’나 ‘은수저’를 물지 않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비슷비슷할 터다.

화천대유 사건을 보는 대다수 국민의 심정은 허탈하다. 정치적 의혹의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고구마 캐듯 줄줄이 딸려 나오는 수상한 금액은 하루하루 꾸역꾸역 생계를 이어가는 일반서민으로선 별세계 이야기인가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030 청년층의 분노는 한층 더하다. 취업난도 모자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되게 하더니, 잊을만 하면 시시때때로 반복되는 권력층 자녀의 ‘아빠찬스’가 황당하다. ‘조국사태’ 이후 ‘공정’과 ‘정의’가 주요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는데, 특권층에게 적용되는 ‘공정’은 일반인들의 ‘공정’과는 사전적 의미가 다른가 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여야 정치권이다. 해당 의혹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연루됐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남 탓 하기에 여념이 없다. 직접적으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 각 당 대선주자들까지 모두 합세해 독설을 쏟아내기 바쁘다. ‘후안무치’ ‘적반하장’ 정도는 애교다. 상대 당을 ‘도적떼’로 지칭하는가 하면, 최근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까지 소환한다. 정치혐오가 이래서 생기나 싶다.

대장동 의혹과 화천대유 관련 논란은 대선까지 5개월 내내 정치판을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대장동 국감(혹은 화천대유 국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벌써부터 한숨만 나온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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