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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휑한 명동…추석은 무슨” 명절대목 기대 접은 자영업자들 [촉!]
“다가오는 추석에도 매출상승 기대 어려워” 토로
매출감소에 운영시간도 단축…“오후 8시에 가게문 닫아”
올해 2분기 명동상권 공실률 37.3%…도심상권 중 최고
14일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폐업 매장들로 인해 가게에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둡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14일 오후 6시께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 한복판에 줄지어 있던 노점상도 모두 사라져 거리는 더욱 한산했다. 사람들이 붐벼야 할 저녁시간이었지만 외국인과 내국인을 포함한 관광객은 10여명 남짓에 불과했다. 빈 상점 유리 벽면에 ‘임대’ 종이가 붙은 가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리를 걷는 2시간 동안 10곳가량이나 됐다.

같은 날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10여명 중 절반 이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가게 사정을 묻자 대화를 거부했다.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언론 취재에 일절 대응 안 한다”며 “취재에 응해봤자 짠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A씨의 차가운 응대가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가게 문을 닫거나 폐점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늘고 있다. 다가오는 명절에도 ‘추석 특수’를 기대하는 상인은 찾기 어려웠다.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해당 상권에 있는 매장의 운영시간도 단축됐다.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 B씨는 해당 매장의 운영시간이 오후 7시까지라고 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매장은 (오후) 8시나 9시까지 하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이용객이 줄어 비용을 줄여야 했다”며 “이 주위에 (오후) 6시까지 하는 카페도 있다. 일대에서는 우리 매장이 오래 운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7시30분께 아이스크림가게 점주 이모(32) 씨는 이미 매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대에서 10년 이상 장사를 한 이씨는 “백신 접종 덕에 주말엔 그나마 손님이 늘었지만 가게 사정이 달라진 건 없다”며 “매출은 코로나 전에 비해 90% 이상 떨어져 하루 10만원 정도 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가오는 추석에 대해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날이 추석이었다”며 “지금은 전혀 기대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명동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오후) 8시 전에 장사를 마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37) 씨 역시 명절이 다가온다고 해서 가게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테이블은 총 10개지만 오후 6시부터 마감시간인 오후 10시까지 테이블을 채운 개수는 통틀어 10개 정도라고 했다. 김씨는 “상권이 죽었는데 휴일이 찾아온들 뭐가 달라지겠나. 지금 온 손님만 두 테이블에 불과하다”며 “추석 때에도 장사를 하긴 하겠지만 명절이라서 ‘수확’을 노린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40년 동안 라면 프랜차이즈 1호점을 운영한 C씨는 “점심, 저녁에도 가게가 만석일 때가 드물다”며 “몇 년 동안 이 식당 프랜차이즈가 절반 이상 사라졌는데 이대로 가면 1호점인 이곳도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가게 유리 벽면에 붙은 ‘임대’ 표시.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에서 공개한 ‘서울시 매장용 빌딩 임대료·공실률·수익률’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명동 일대의 공실률은 37.3%로 집계됐다. 김영철 기자

이처럼 올 상반기 중구 명동 일대에서 식당 등 매장이 문을 닫은 사례가 증가하면서 공실률 또한 다른 상권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 웹사이트에서 조사한 명동 호프집 업소 수는 올해 6월 기준 17개로, 지난해에 비해 55% 감소했다. 같은 지역의 한식·백반·한정식 업소 수도 총 220개로, 지난해 대비 18% 줄었다. 치킨집은 업소 수가 총 10개로,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에서 공개한 ‘서울시 매장용 빌딩 임대료·공실률·수익률’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명동 일대의 공실률은 37.3%로 집계됐다. 광화문, 동대문, 을지로 등 도심 상권 중 가장 높았다. 임대료 역시 명동은 면적당 20만8000원으로 집계돼 도심 내 상권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를 떠올리니 “추석에 매출이 오를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장사를 그래도 이어가야 하니까 가게를 여는 것”이라며 한숨 쉬던 C씨의 모습과 명동의 상황이 머릿속에 겹쳐졌다.

한편 자영업자들은 15일에도 차량시위와 온라인 촛불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자영업자 250명으로 구성된 자영업연대는 이날 오후 11시 ‘더 나은 삶 더 안전한 위드 코로나를 위한 온라인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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