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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웹소설을 네이버로 본다?” 불법 유통 ‘요지경’
왓패드에 올라온 ‘나 혼자만 레벨업’의 영문 불법 번역본. 해당 작품은 카카오의 오리지널 IP [왓패드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네이버가 지난 1월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서 카카오의 IP(지식재산권)을 포함한 국내 웹소설·웹툰 불법 번역판이 대거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해적판 사이트’와 달리 대형 플랫폼에서 버젓이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로 네이버의 창작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인 창작자 단체는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왓패드에는 국내 웹소설·웹툰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무료로 유통되고 있다. 두 시간 가량 검색을 통해 파악된 작품 수만 122개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카카오페이지의 IP도 대거 확인됐다. 인기작 ‘나혼자만 레벨업’은 영분 웹소설 ‘솔로 레벨링(Solo Leveling)’ 제목으로 번역돼 지금껏 4800여명의 왓패드 이용자가 무료로 콘텐츠를 접했다. 이밖에도 ‘샬롯에게는 다섯명의 제자가 있다’ ‘폭군을 길들이고 도망쳐 버렸다’ ‘버림받은 황비’ ‘녹음의 관’ 등 카카오 대표 IP가 불법 유통되고 있었다. 왓패드는 웹소설 플랫폼이지만 일부 웹툰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왓패드는 네이버가 6억달러(약 6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북미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500만명의 창작자가 활동 중이며 올라온 창작물만 10억건에 다다른다. 전체 이용자 9400만명 중 80% 가량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로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카카오가 유통 중인 ‘나 혼자만 레벨업’[카카오페이지 캡처]
[네이버 제공]

정작 왓패드가 불법 유통 창구가 된 이유는 오픈 플랫폼이란 특성이 꼽힌다.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해외 이용자들이 국내 유명 IP를 자국어로 번역해 공유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네이버의 웹소설·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명량 자매백서’ ‘방과후 선녀’ ‘뱀파이어의 꽃’ 등도 유통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왓패드에 불법 공유된 작품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 건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해당 사실을 접한 창작자 단체는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국내 웹툰·웹소설 분야 등 500여명 회원을 보유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성인규 회장은 “의견을 모아서 법률적 검토 중이며 마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언제든 이같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만큼 재발방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신고 기반 적극적 삭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사전 대응의 한계를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이란 특성 때문에 번역판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왓패드에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미지 기반 웹툰과 달리 텍스트 기반 웹소설은 기술적 대응이 쉽지 않은데다 특히 각국 언어로 번역판으로 올라오는 만큼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도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적극 신고가 들어오는 불법 해적판 사이트와 달리 정식사업자로 등록된 네이버 플랫폼에서 발생된 사각지대 사례라고 분석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1725건의 저작권 침해 사례 중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플랫폼 신고 건수는 전무하다. 방송통신심의의원회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는 불법 사이트와 달리 정식 플랫폼의 경우 해당 사업자의 창작자 보호 조치가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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