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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윤석열, 무릎 꿇을 것”…李·尹 다 때린 원희룡, ‘빅4’ 의식?[정치쫌!]
점잖던 元, 갑자기 ‘싸움닭’ 면모
이준석 녹취공방…尹에 “초보자”
존재 띄워 ‘빅4’ 안착 전략 분석도 
元측 “정권교체 충심 이해되길”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19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 일부만 풀어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지난 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저한테 무릎을 꿇고 큰 틀에서 협조해야 하는 위치로 올 것.” (원희룡 전 제주지사, 지난 19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싸움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옛 정치적 동지부터 야권 1위 대권주자까지 무차별로 맹폭하는 폭격기가 됐다. 점잖게 ‘허허’ 웃던 모습을 기억하던 이들에겐 “원 전 지사가 달라졌어요”라는 말도 나온다. 20일 야권에선 지지율이 낮은 원 전 지사가 경선 버스 출발에 앞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 전 지사는 최근 이 대표와 ‘통화 녹취록’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른바 ‘저거’ 공방이다.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와의 통화에서 “저거 곧 정리된다”는 말을 한데 대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 원 전 지사는 “정리 대상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해 빚어진 갈등이었다. 결국 이 대표가 지난 17일 녹취록을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다음 날 “제 양심과 기억을 걸겠다”며 전체 녹음 파일을 공개하라고 맞받았고, 이 대표는 “그냥 딱합니다”라는 말로 요구를 일축했다.

원 전 지사는 이에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에 의해 훼손되는 공정 경선을 지키기 위해 저를 던져 제동을 걸었다”며 재차 저격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 긴 세월 정치적 우군으로 발 맞춰 걸어왔다.

개혁보수 성향으로 소장파의 피가 흐르는 두 사람은 2016년 ‘탄핵 정국’ 때 나란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동지였다. 원 전 지사는 지난 6월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도 “이준석은 바람(風)이 아니다. 정권교체와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바람(欲)”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최근 제주에서 정치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발언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그런가 하면, 원 전 지사는 야권 대권주자 중 ‘대장주’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을 향해선 “국정 철학과 수권 능력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면 저한테 무릎을 꿇고 큰 틀에서 제게 협조해야 하는 위치로 오게 될 것”이라며 다소 과격한 어조로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지난 19일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와 계파만 만들고 지지율을 내걸고 의원들을 줄 세운 일을 가장 강력히 비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제가 가장 강력히 검증할 것”이라며 “준비 안 된 초보자에게 대통령을 맡겨 국민이 불안 불안한 실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점잖기로 소문난 원 전 지사가 독기를 품었다. 이에 야권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존재감을 띄워 지지율을 높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경선의 2차 컷오프 대상인 ‘빅4’에 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일찌감치 국민의힘 유력주자로 군림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재수생’으로 경험이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신진 주자로 주목도가 높다.

이런 가운데, 원 전 지사의 지지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한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원 전 지사 지지율은 4%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25%),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12%), 유승민 전 의원(11%)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4%)와 함께 4위권에서 뛰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값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원 전 지사가 나름의 극약처방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야권 일각에선 원 전 지사가 야성을 보이는데 대해 궁극적으로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원 전 지사는 이에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20일 오전 대구 남구 관문시장을 찾아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원 전 지사의 저격전이 실제로 득이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야권 내 “권력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도 있지만, “성급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원 전 지사의 상처가 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와의 녹취 공방을 언급한 후 “원 전 지사가 자신의 일도 아닌 것으로 왜 그렇게 대응을 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의아하다. 조금 성급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 전 지사의 이른바 ‘무릎’ 발언을 놓고 “상대 후보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원 전 지사 측은 이에 “아무런 정치적 계산 없이 오직 정권교체를 위한 충심에 따른 언행으로 이해되길 바란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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