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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주저한다던 3040, 잔여백신은 ‘순삭’…왜? [촉!]
사전예약자들 중심으로 잔여백신 예약 러시
“9월에 맞느니 최대한 빨리 맞자…추석 등 준비”
전문가 “1차 접종은 긍정적…다만 2차 접종까지 해야”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30·40세대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를 비롯한 잔여백신에 대한 예약 러시가 진행되면서 물량이 금방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전예약을 하면서 백신 접종을 결정한 사람 사이에 ‘이왕 맞을 거라면 빨리 맞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한 서울 서초구 거주 30대 오모 씨는 “전날 잔여백신을 예약해 접종하고 왔다”며 “사전예약을 통해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9월에 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느니 1차 백신이라도 빨리 맞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해 AZ를 접종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화이자·모더나의 부작용을 얘기하는 경우도 많아, AZ 백신에 대한 우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미 백신을 접종하기로 마음먹은 시민 사이에선 9월까지 백신 접종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전날 진행된 잔여백신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강모(36·여) 씨는 “생년월일 끝자리가 ‘7’이어서 17일 오후 8시부터 백신 사전예약이 가능했는데, 먼저 사전예약을 했던 친구들이 9월에나 접종하는 것을 보고 미리 접종하고 싶어 잔여백신을 알아봤다”며 “지난주에는 화이자 백신을 노렸지만 구경도 할 수 없었고, 17일부터 AZ도 가능하다고 해 업무시간 틈틈이 확인했지만 또 허탕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30대 이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등 잔여백신을 당일 예약을 통해 맞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사전예약을 먼저 취소한 뒤에야 잔여백신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잔여백신에 대한 당일 접종을 신청하면 사전예약 사항이 자동 취소되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잔여백신이든, 사전예약을 통한 접종이든 2차 접종까지 고려하면 최종 완료시기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백신을 이미 접종하기로 마음먹은 시민은 1차 접종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 사회연결망서비스(SNS)상 잔여백신 현황 이미지. 지난 13일 오전엔 잔여백신(왼쪽) 물량이 남아 있었지만 지난 17일 오후엔 잔여백신 물량이 동이 나 있다. [SNS 캡처]

한 50대 남성은 전날 SNS에 “이날(17일) 아들이 잔여백신을 맞아 우리 가족은 모두 1차 백신 접종자들이 됐다”며 인증사진을 남기고 이를 자축하는 글을 남겨 사람들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재취업을 고려 중인데 9월까지 기다렸다가 백신을 맞느니 지금 빨리 1차 접종이라도 해 다가올 9월 취업 준비를 미리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9월 추석이 다가오면서 30·40대 엄마들의 접종도 분주해진 분위기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30대 정모 씨는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잔여백신이라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추석 등으로 가족을 만나기 전에 1차 백신이라도 우선 맞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전예약 내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넛지(nudge) 효과가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잔여백신 접종 예약 시 사전예약이 자동 취소되게 하면서 예상보다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넛지는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의 행동경제학 용어다.

다만 사전예약자를 중심으로 한 잔여백신 수요 증가에도, 전체 접종률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18∼49세 가운데 생일 끝자리가 ‘9·0·1·2·3·4·5’인 대상자들은 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10부제 예약을 마쳤다. 이들의 예약률은 60.3%로, 정부의 최소 기대치인 70%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날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정부가 AZ 잔여백신 접종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다시 내린 것에 대해 “다른 백신에 비해 AZ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1차 접종만으로 중환자 혹은 사망에 대한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제공될 수 있기에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의미 있다고 본다”며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방역 관점에서 1차 접종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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