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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현장에서] 무너진 ‘따상’ 신화

“상장일에 따상 가면 주당 79만6800원 이익을 볼 수 있다.”

게임기업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어김없이 ‘따상’에 대한 기대가 나왔다. 따상은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공모가 대비 160%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예상보다 저조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도 일부 개인투자자는 따상을 꿈꾸며 크래프톤 공모주 일반 청약에 참여했다.

하지만 상장일인 지난 10일 크래프톤의 주가는 청약 참가자들의 기대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49만8000원보다 4만9500원(9.94%) 낮은 44만8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40만500원까지 내려갔으며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 대비 4만4000원(8.84%) 떨어진 가격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둘째 날에도 전거래일보다 10.35% 하락한 40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틀 새 공모가 대비 9만1000원(18.27%)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비단 크래프톤만의 얘기는 아니다. IPO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며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대어(大魚)급 공모주들이 따상에 실패하고 있다. 이달 6일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일 시초가 대비 29.98% 상승 마감했지만 시초가가 5만3700원으로 공모가 3만9000원의 두 배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따상에는 실패했다. 앞서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80조9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을 모집했지만 상장일에 시초가 대비 26.43% 급락한 가격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만연했던 ‘대어=따상’ 공식이 올해는 깨진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증시 상승과 함께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며 따상이 많이 나왔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따상은 원래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격제한폭이 30%로 조정된 2015년 6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한 586개 종목 가운데 상장일 따상에 성공한 종목은 6.83%에 해당하는 40개에 불과하다. 따상 종목의 대부분은 2020년(10개)과 2021년(14개)에 집중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따상까지 가는 종목이 1년에 1~5개로 극히 드물었다.

공모주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증시에 입문한 동학개미들이 따상에 익숙해져 있지만 기존에 따상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지나친 기대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 중 다수가 상장일 따상에 갈 때 매도해 상당한 차익을 볼 것을 노리고 투자하는데 이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따상이라는 환상에 빠져 일확천금을 노리고 공모주에 투자하기보다 기업가치를 꼼꼼히 분석해보고 신중하게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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