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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가는 길’ 감독 “표현의 자유 범위 판단 받아보고 싶어”[촉!]
‘학교가는 길’ 김정인 감독 전화 인터뷰
“다큐 영화의 공론장 발언 용인 범위 판단 받고파”
영상 삭제 요청한 주민은 ‘명예훼손’ 주장
12일 오후 서울 북부지법에서 가처분 신청 심문
'학교 가는 길' 스틸컷[영화사 진진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런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이번 심문을 통해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공적인 내용이 얼마나 용인될 수 있는지 판단을 받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은 1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12일 영화 장면 삭제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앞둔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논쟁적 주제로 공익적 차원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내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확인 받아보고 싶다는 얘기다.

‘학교 가는 길’은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담은 영화로 지난 5월 5일 개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11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의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을 행정 예고했는데,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개교가 두 차례 연기되며 지난해 3월에서 서진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난 2017년 9월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위해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진학교 설립문제는 사회적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토론회 당시 ‘강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 소속 A씨는 서진학교 설립의 타당성을 묻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 장면이 영화에 들어갔는데, A씨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에 대한 배급·상영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인권 단체가 상영 중지를 막기 위한 탄원서를 받을 것을 예고한 가운데 A씨는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영화사 진진 제공]

다만 A씨는 이 영화에 자신이 나와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자이크 장면을 삭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유지 중이다.

김 감독은 “(A씨가 삭제 요청을 하는 영상은) 공적인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와 A씨가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공론장을 담은 부분”이라며 “영화에서는 발언자의 실물이나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A씨의 특정 발언이 특수학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영상에 꼭 넣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봤다”며 “제가 만일 A씨의 영상 삭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영화에 반대하는 다른 주민들 역시 본인 분량을 삭제해 달라고 모두 요청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님비(NIMBY·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현상) 세력으로 비난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주민들의 반대 이유 역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며 “관객들 역시 이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7년 7월 서진학교 설립 토론회를 다룬 단신 기사를 보고 여운이 남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감독으로서 장애 관련 문제를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며 “아직도 대한민국에 자녀들 학교 보내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있다는 기사 내용이 계속 여운이 남아 알아보기 시작한 일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영상 삭제에 대한 심문은 오는 12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오후 3시40분께 열릴 예정이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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