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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대환대출 ‘자체플랫폼’ 유명무실화 되나
시장과점 이자경쟁 필요 적어
권별 ‘공용’ 성공사례도 전무
정부 ‘공공화’ 가능성 변수로

은행권이 10월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독자 구축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서비스가 유명무실화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은행 상당수가 비대면 대출경쟁에 소극적인 데다, 그 동안 업권별 공용 플랫폼이 성공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불참으로 빅테크를 활용한 대중 플랫폼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정부가 기존 금융사들 중심의 공공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결제원은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에 참여할 핀테크 업체 선정을 위한 민간협의회 구성을 마쳤다. 이들이 조만간 핀테크를 심사해 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민간 전문가 9명이 ▷충분한 보안 검증 ▷현재 은행 계약 현황 여부 ▷대환 알고리즘 ▷수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를 할 예정이다.

은행권 역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독자 플랫폼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19개 은행 가운데 3곳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대다수 은행이 수수료 문제와, 빅테크 종속 우려를 거론하며 독자 플랫폼에 긍정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핀테크에서 상품을 보여주면 플랫폼이 의도한대로 맞춰야하는데 은행권 주도로 플랫폼 만들어지면 협의를 거쳐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다”면서 “핀테크는 제한적인데 반해 독자 플랫폼은 정보 제공 측면에서 자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접근성 역시 은행 자체 앱에 독자 플랫폼을 연결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은행 독자 대환대출 플랫폼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다. 그간 금융권이 공동으로 만든 서비스의 성과들은 대체로 좋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보험다모아, 금융투자업계의 펀드슈퍼마켓 등이 해당업계가 만든 공용 플랫폼이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16개 은행이 공동으로 제공했던 지급결제 시스템 ‘뱅크월렛’은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고, 은행연합회가 2018년 총 50억원을 투자한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은 저조한 이용률로 이달 신규 발급을 종료한다.

무엇보다 기존 시중은행들은 이미 대출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굳이 비대면 대환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이자 경쟁을 벌여봤자, 비용구조 탓에 인터넷전문은행에 열세여서 ‘제 발등 찍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자 플랫폼을 만들어도 유명무실에 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끼리 해서 잘 된 게 별로 없다”면서 “이런 우려를 반영해 핀테크 업체들 위주로 사업을 꾸린 것 같은데 설사 은행 독자 플랫폼이 만들어져도 사용 빈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은행권 플랫폼이 ‘공공화’ 될 가능성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대한 많은 업권과 함께해야 플랫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은행권이 중심이 아니라 금융권 공공플랫폼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독자 플랫폼이 핀테크나 빅테크와 경쟁에서 비등하게라도 나가려면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 2금융권도 이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앞서 금융결제원이 지난 6월 공공플랫폼 구축과 관련한 수요조사를 진행했으나 의견 차로 인해 무산됐다. 은행연합회와 다른 금융협회의 협업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이뤄진 사례가 없다. 금융위가 나서지 않으면 현실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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