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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 보신’이 부른 위험 불감증...‘자산관리’ 위기도 불렀다 [은행시대의 종말 ③무책임이 낳은 불신의 위기]
영업·규제 등 무지 사모사태 초래
이자이익에 취해 혁신 나몰라라
무한성장 가능한 시장 내팽개쳐
플랫폼 영향력에 기술까지 겸비
빅테크 자산관리 시장에 ‘군침’

“‘이밤’을 위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권에서 회자되던 선진금융의 지향점이다. 투자은행(IB)에서 발굴한 투자처를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AM) 영업으로 연결시키자던 일종의 슬로건이다. 금융위기로 주식형 공모펀드 영엽에 치명상을 입은 은행과 증권사들에게는 새로운 돌파구였다. 정부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투자은행, 한국형 헤지펀드가 필요하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시켰다.

‘이밤(IB·AM)’ 모델에서 IB의 역할은 주로 증권사가 담당한다. 은행들은 증권사에서 공급받은 투자상품을 고액자산가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이다. 이미 방카슈랑스와 공모펀드로 금융상품판매 수수료의 짭짤한 맛을 본 은행들이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끝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였다.

▶무지와 무책임...사모펀드 사태 초래=담보나 보증을 바탕으로 안전한 대출영업에만 익숙하던 은행 판매조직은 금융상품의 구조와 기초자산의 위험에 대해 무지했다. 지나치게 느슨해진 사모펀드 규제는 이를 정당화시켰다. 은행이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고 그냥 판 셈이다. 파는 사람이 모르니 사는 사람이 알 리도 없다. 은행이 판매하니 안전하리라 믿고 그냥 샀다. 사모펀드 사태 후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상품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투자 상품 판매를 위한 영업조직 혁신에 소극적이다.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시행되자 아예 문제가 될 상품은 판매하지 않거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이다. 보험은 장기상품이어서 한번 가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금융상품 가운데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라이빗뱅커(PB)들이 자산가들에게 부동산 상품을 소개해 수익을 내는 것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복합점포 등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일단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단순영업 대부분=집값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대출수요 증가로 은행과 금융지주 이익은 올 들어 다시 사상 최대 행진이다. 이자이익과 단순 중개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12조6050억원에 달하지만 비이자이익은 1조8280억원에 불과하다.

4대 금융지주로 따지면 순이자이익은 18조2460억원, 비이자이익은 9조4650억원으로 달라진다. 증시 호황으로 계열 증권사 이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증권사 이익도 대부분이 주식중개수수료다.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수익이다. 증권사 투자은행(IB) 수익은 대부분 채권투자와 기업공개(IPO) 및 회사채 발행 주관에 따른 수수료다. 고도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한 투자활동이나 위험관리 능력을 가졌다거나, 남다른 영업 수완을 발휘한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블루오션’ 자산관리영업, 빅테크 ‘군침’=전통적인 금융회사는 대부분 자본관련 규제가 적용된다. 자본을 바탕으로 차입을 일으켜 만든 자산을 굴려 돈을 버는 구조다.

자산관리 부문은 다르다. 대규모 자본이 없어도, 인프라와 노하우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금융서비스의 유통부문에 집중하는 이유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대면영업 채널의 무기력함이 드러나면서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들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펼칠 기회를 노리게 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투자은행의 변모’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투자은행 가운데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리테일 영역을 확장하면서 자산관리 및 운용, 이자수익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했다. 자산관리 및 운용 서비스 제공 비용이 핀테크 기술 발달로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최순영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IB의 특징적 변화는 대기업 및 기관투자자에서 리테일 및 중소기업으로 고객을 확대한 것”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 등 시장추종형 상품의 인기가 늘고,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기술 발달로 자산관리·운용 서비스의 고객 당 제공 비용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성연진·박자연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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