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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與 주자들의 ‘뜬구름 잡기’식 주택 공급 공약

여당 대선주자 간 주택 공급 공약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정책에서 승기를 잡아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듯 화끈하고 현란하다. 이들 말대로라면 ‘100만호’ ‘반값’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인데 온 나라가 부동산대란을 겪고 있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일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해 총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표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들이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자 이낙연 후보는 다음날 성남 서울공항 부지에 3만호 규모의 ‘스마트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50년 모기지와 20~30년 장기 전세 등 다양한 공급 방식으로 청년·신혼부부는 물론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 평수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세균 후보도 질세라 임기 중 공공 임대주택 100만호와 반값 이하의 공공분양 아파트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박용진 후보는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하고 해당 부지에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여당 주자들이 집은 충분하다며 투기성 수요 억제에 주력하다 처절한 실패를 겪은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급에 유능한 리더가 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책은 현실의 바탕 위에 있지 않으면 모래성이다. 반값 아파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부터 30년 묵은 공약이지만 아직껏 실현되지 못했다. 그만큼 현실적 제약이 크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재명표 기본주택 100만호를 공급하려면 1채당 건설비용을 3억원으로만 잡아도 300조원이 소요된다. 역세권에 고품질이라면 이보다 더 큰돈이 든다. 그런데 정작 재원 마련 방안은 미지수다. 어디에 지을지도 공란이다. 서울공항을 활용한다는 이낙연 공약 역시 군사·안보적 중요성으로 국방부와 군사전문가들이 극력 반대하는 사안이다. 선거철마다, 정부의 공급대책 검토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으나 번번이 무산된 이유다.

여당 주자들은 과천정부청사, 태릉골프장, 용산 미군기지 등을 중심으로 한 8·4 공급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첫 걸음을 떼지 못한 현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가 갖고 있는 땅도 난항을 겪는 판에 역세권 기본주택은 더 지난한 과제다. 대선 후보들이 공급에 유능함을 보이려면 무엇보다 현실 착근성이 관건이다. 손에 잡히고 디테일한 설계로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희망고문은 절대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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