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모기 없애려고…” 황당한 연구, 더 큰 재앙 온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모기 없애려고 암컷 모기 ‘불임’ 만들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

모기가 전파하는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을 근절하기 위해 모기의 생식 능력을 제거하는 방법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암컷 모기 불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 최근엔 영국의 한 연구진이 암컷 모기의 95%가 더는 개체를 생산치 못하도록 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유전자 조작 모기로 자칫 인류에 더 큰 ‘재앙’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리버풀대학 연구진은 최근 손을 잡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리버풀대학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암컷 모기를 만드는 과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캡처]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실험체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감비아학질모기(Anopheles gambiae)를 선정했다. 감비아모기는 이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대표적인 모기종의 하나다.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해 감비아모기 내 불임 유발 유전자를 조작했다. 그 결과, 실제 환경에선 560일 이내에 모기 개체 수가 ‘완전한 억제’에 도달했다. 또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본 결과, 전체 암컷 모기의 95%가 329~399일 이내에 더는 개체를 생산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연구진이 암컷 모기의 불임을 연구한 배경엔 해마다 전 세계 5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말라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말라리아 종식을 위해선 전 세계 3500종 이상의 모기 중 말라리아를 옮기는 소수의 모기를 박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기술은 모기장·살충제·백신과 같은 기존 도구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말라리아 퇴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123rf]

다만 업계에선 유전자 편집기술로 만들어진 ‘불임 모기’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예컨대 불임 모기가 또 다른 돌연변이 모기를 야기해 말라리아 확산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기의 ‘불임 유전자’가 다른 종류의 모기나 다른 동물에 옮겨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지난 2018년 환경단체들은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 자체를 원천 봉쇄하자고 주장하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 해마다 1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돌연변이가 기술에 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걱정할만한 변형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