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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와 공공기관 디지털 역량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가전, 조선 등의 제조업체는 물론 금융, 유통 업체들 모두 디지털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기술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변화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척도가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놓고 열띤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서버와 스토리지에 지정되는 새 기준 때문이다. x86아키텍처 기반 2소켓 이하 컴퓨터서버 제품과 실용량 200TB 또는 물리적 용량 400TB 이하 디스크어레이(스토리지 시스템)로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이 규격을 적용하면 국내 공공부문 x86 서버 시장과 스토리지 시장에서 각각 99%와 95.2%를 차지하게 된다. 사실상 국내 공공 시장의 거의 전체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외산 제품을 유통하거나 공급하는 국내 중소유통기업들을 오히려 역차별한다는 점이다. 국내 유수의 중소 IT 기업들이 글로벌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최신 글로벌 기술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제도가 또 다른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역설을 초래하는 것이다.

IT 인프라 솔루션들은 데이터센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 요소다. 특히 서버와 스토리지는 IT 인프라의 핵심이자 주춧돌이다. 이미 2000년대부터 우리는 서버나 스토리지가 마비되면 모든 것이 마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원격 근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IT 환경은 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서버와 스토리지는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를 단순히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에 맞는 최적의 하드웨어 아키텍처, 펌웨어 및 OS 호환성, 발열 및 전력관리, 관리 편의성 등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적용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지속된 반도체 부족으로 서버나 스토리지와 같은 완제품 공급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공급망 관리 능력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술적 부족이나 공급망 관리 미흡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피해는 실사용자인 공공기관이 떠안게 된다. 국가 기간 산업의 핵심 정보망이나 대민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적 허점에 따른 공평성도 문제다. 중기간 경쟁 제품이 되기 위한 조건인 직접생산증명원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산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국산 서버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이러한 업체들이 판매 이후 적절한 기술지원이 가능한지도 검토해야만 한다. 중기 보호가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닌 보호를 위한 보호가 된다면, 오히려 경쟁력 저하만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을 넘어 중앙 정부와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신뢰성과 성능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인프라가 수반돼야 한다. 인프라의 교체, 관리에 비용과 시간을 쏟는 대신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는 핵심 가치에 집중할 때다.

김굉도 다인디지탈 대표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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