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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훈의 현장에서] ‘대선철만’ 몸값 오르는 중소기업계

20대 대통령선거가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잠룡들이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치는 곳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중앙회다. 경제 5단체로 최근 부쩍 몸값을 올리고 있는 중기중앙회는 대한민국 사업체 수의 99%, 663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계의 구심점이다.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로선 놓칠 수 없는 으뜸 방문코스다.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 이후 이어지는 중기중앙회 방문과 스킨십은 선거만을 겨냥하고 있음을 모를 리 없다. 당선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행보가 이를 말해준다. 어쨌거나 이들은 중기중앙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김기문 중앙회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찍으며 중소기업계에 존재감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수사도 천편일률적이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벤처 스타트업들에 대한 위로의 말과 함께 더 나은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대한 실질적인 해법은 없다. 약자 보호 개념에 치우쳐 있거나 정책 시혜 측면의 원론만 늘어놓는다. 코로나19 피해를 구제하고, 규제를 해소하며, 대기업의 횡포에서 보호해주겠다는 교과서적인 말들뿐이다.

경제기층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이들이 기업으로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 성장해갈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보겠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기층이 흔들리면 상층부도 온전할 리 없다.

우선 급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주52시간제 확대 시행에 따른 애로 해소 방안도 내놓지 않는다. 해마다 반복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문제점이나 기업 상속세제 개편 관련 요구에는 “적극 검토하겠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만 한다.

아직 각 후보의 대선공약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라 명확된 정책은 나오긴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려면 최소한 첨예한 현안들에 대한 입장이나 대안 정도는 밝히는 게 도리다.

타이밍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대선주자들은 여야 당 대표, 다선 국회의원,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정부 최고위 관료 등 대부분 국가 운영의 정점에 있어본 옛 권력자들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한두 해 문제가 아닐진대 선거가 코앞에 닥친 이제야 위로와 대책을 고민하겠다니…. 터럭만큼의 진정성이나 있는지 의문이 간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모 대선 주자가 중소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를 두고 이렇게 자조했다. “중기중앙회를 찾고 중소기업인들을 만나고, 중소기업 현장을 둘러보는 주자들의 기사가 앞으로 쏟아질 거다. 5년마다 돌아오는 연례행사니까. 선거 전에는 우리의 고충을 다 풀어줄 것처럼 말한다. 근데 선거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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