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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훈련, 또 논란…대북관여만큼 중요한 대국민 메시지 [한반도갬빗]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달 30일 통일부 고위당국자 발언)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대북관여를 외친 통일부를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전망이다. 한미 연합훈련 자체가 국내정치적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명한데 해법이 마땅치 않을 때, 사회는 혼란을 겪는다. 대북정책처럼 성과는 불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비용을 들여야 하는 정책을 이행해야 할 때 정부와 국민 간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북정책의 방법론과 철학을 두고 남남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다.

정부와 국민 간 괴리가 클 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둘러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소통방식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천금과도 같은 남북 소통의 통로를 끊어낸 건 다름아닌 북한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짤막한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적절한 시기에 양측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이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언급하자 김 부부장은 바로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한 당사자다. 하지만 이날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남북대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증가로 간접 증명됐다. 한일 갈등국면 속에서도 관계개선을 위해 절제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하는 것처럼, 정부로선 북한과 관련된 메시지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면 향후 남북관계 진전은 국내 여론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2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0%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응답자의 61.1%는 ‘통신선 복구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통신선 복원 자체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향후 대북정책 방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한반도 내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한가지 분명한 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지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는 작업이 바로 대북정책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온 국민이 ‘삽질’을 장기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대북정책이다.

정부가 대북관여에 박차를 가하려면 다시 한번 체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들은 이미 한 차례 살갗이 벗겨진 손으로 다시 삽질을 해야 한다. 삽질 끝에 보석을 캐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고통을 인내해야 한다.

통일부는 유연하고 민첩하게 남북관계 발전과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도감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앞서 중요한 것은 대국민 관여다. 국민들의 까진 손을 품고 달래주는 작업이 없다면, 대북관여라는 장기전은 다시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절제된 대북메시지만큼 대북관여를 왜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에게 끊임없이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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