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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 노트북 샀는데, 없던 흠집이” 80%만 환불 왜?
[헤럴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 A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5만9000원에 중고 노트북을 구매했다. 그런데 노트북을 받고 보니, 판매자가 게시글에 올려놨던 사진상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외형상 흠집이 눈에 띄었다. A씨가 환불을 요청했으나, 판매자는 환불해줄 수 없다며 완강하게 맞섰다. 중고 노트북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하자라는 것이다.

결국 A씨는 분쟁 조정을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았다. A씨는 하자의 정도가 당연히 판매자가 게시글이나 사진을 통해 알렸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중고 제품이고 가격도 저렴하다지만,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느 누구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흠집이 노트북의 성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알려주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결론적으로, 조정위는 판매자가 A씨에게 구매대금의 80%를 환불해줄 것을 권고했다. 100% 환불이 아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매매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선 구매자가 매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야 하는데, A씨가 제출한 흠집 사진만으로는 ‘노트북을 구매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정부는 판단했다. 또 A씨의 ‘외형상 하자가 있는 걸 알았다면 어느 누가 구매했겠나’라고 주장한 점은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노트북 판매글을 처음 본 후 구매일까지 나흘가량, 노트북의 상태에 대해 추가 질의할 시간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매자의 변상 책임을 제한하는 근거가 됐다.

KISA 최근 발간한 ‘2021 전자거래 분쟁조정 사례집’에는 A씨처럼 전자문서·전자거래 이용 과정에서 분쟁을 겪은 이들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KISA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로 접수된 상담·분쟁조정 사례를 정리해 사례집으로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해 사례집에서는 A씨가 겪은 노트북 건 외에도 ‘한알 복용 후 10분 만에 숙면’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했다가 분쟁을 겪은 B씨의 사연도 눈에 띈다.

[123rf]

평소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B씨는 한 오픈마켓에서 ‘5시간 숙면해도 10시간 숙면한 듯한 개운함’ 등 광고 문구를 보고 5만원에 제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B씨의 수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결국 환불을 신청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제품을 이미 개봉했지 않느냐’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분쟁 끝에 조정위를 찾은 B씨는 ‘제품이 광고 내용과 다른 이상,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이 아니다’라며 전액 환불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B씨가 지적하는 문구는 통상 사용할 수 있는 광고 문안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또 이 제품은 치료용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므로, 제품의 효능이 B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환불을 요청한 것은 단순 변심에 해당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B씨는 제품 구매 대금 5만원을 모두 돌려받았다. 조정부는 판매자의 제품 광고가 식품표시광고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짓·과장된 표시·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비록 1정을 복용해 제품을 훼손했다지만, 이는 판매자의 과장광고가 원인이므로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 요청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제품 1정만큼에 해당하는 비용을 B씨에게 부담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가능했지만, 원만한 합의를 위해 전액 환불이 합당하다고 조정부는 권고했다.

한편, 사례집에 따르면 지난해 조정위로 접수된 분쟁신청 건수는 2026건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났다. 거래 형태별로는 사업자·개인간(B2C) 분쟁조정 신청이 전체의 51.4%(1042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인간(C2C) 분쟁조정 신청이 44.7%(906건)를 차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1 전자거래분쟁조정 사례집’ 캡처 [한국인터넷진흥원]

특히 C2C 분쟁조정은 지난 2019년 535건에서 70%가까이 증가했다. KISA 측은 이에 대해 “최근 개인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피해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해결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다른 조정기관을 찾았다가 사업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쟁조정 신청은 판매자·구매자 구분 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위원회 및 조정부는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45일 이내에 조정안을 작성해 분쟁당사자에게 권고해야 하고, 권고를 받은 당사자는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안에 대한 수락여부를 통지하게 된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조정합의서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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