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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유족, ‘사자명예훼손’ 고소 논란…처벌가능성 낮아 ‘각하’ 전망 [촉!]
정철승 변호사, 유족 대리해 기자 고소 입장 밝혀
전문가들 “인권위 판단에 근거하고 고의도 없어”
인권위, 올 초 ‘성희롱 해당’ 직권조사 결과 발표
법원도 다른 사건 선고서 ‘성추행 사실 인정’ 밝혀
“외형은 기자 고소지만 ‘2차 피해’ 우려” 지적도
9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 씨가 추모객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이 언론사 기자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2차 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법조인들은 수사 사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한겨레신문 기자를 고소하기로 하고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문 중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라거나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알려진 상황’이라고 단정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부분이 허위여서 박 전 시장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보다 앞서 수사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형사사건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에 기초해 작성한 기사를 두고 허위 사실이라 볼 수도 없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인식 자체도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각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대리해온 이은의 변호사도 “성폭력이라는 용어는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포괄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성적 침해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다루는 권위 있는 공식 기관인 인권위가 조사를 거쳐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며 “법리적으로 사자 명예훼손의 요건인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인권위는 지난해 7월 말 박 전 시장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해 6개월의 조사를 거쳐 올해 1월 ‘박 전 시장의 일부 행위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시간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내고,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포렌식 등 증거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최영애 인권위원장을 향해 ‘성폭력상담소의 대모 격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이 인권위의 무리한 결정 강행과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 삼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본인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공무원 정모 씨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선고 당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밝혔다. 정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박 전 시장의 가해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를 주장하며 부각했는데, 재판부가 정씨의 혐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무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를 고소하는 자체가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겉으로는 언론을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런 다툼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가 허위 사실로 적시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다툼이 되면서 2차 가해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자 명예훼손 고소 자체는 당연히 턱도 없는 것이고 이건 2차 가해는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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