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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의 품격 보여준 ‘아름다운 패자들’
유도 조구함, 패한뒤 일본선수 ‘팔 번쩍’
태권도 이대훈·이다빈, 승자에 ‘엄지척’ 축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려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없다. 올림픽에 오르는 모든 선수의 목표는 승리다. 그러나 승리 했을 때보다 패배 했을 때 선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승자에 대한 인정과 패자에 대한 격려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유독 그같은 모습들이 많다.

유도 남자 -100 kg급 결승 경기에서 한국 조구함이 일본 울프 아론을 상대로 패한 뒤 상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남자 유도 100㎏급에 출전한 조구함은 결승에서 일본의 울프 아론 선수를 만나 연장전(골든스코어)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안다리 후리기로 한판패 했다. 경기장에 누운 조구함은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여러차례 연장전을 반복한데다, 결승에선 9분여에 이르는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탓이다.

조구함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아론의 손을 치켜 올려주며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조구함은 라커룸으로 걸어가는 길에 다시한번 아론 선수와 포옹하며 아론 선수에 대한 인정을 몸으로 표현했다. 조구함은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10년 동안 하면서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난 것 같다. (패배를) 인정한다”며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 울프가 그 공격을 잘 막았다”고 말했다.

조구함은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유도계의 중량급 대표 선수다. 리우 올림픽은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도쿄에선 은메달을 획득, 재기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대훈이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결정전 중국 자오슈아이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달을 따는 데 실패하고도 상대를 인정한 선수도 나왔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은 지난 25일 태권도 경기 이틀째 경기에서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게 15-17로 패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 올림픽인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대훈이지만 그는 상대 등을 두드렸고, 웃는 얼굴로 상대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대훈의 깎듯한 경기 매너는 몸에 베인 습관이다. 이대훈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 8강에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했지만, 기쁨에 흐느끼는 아부가우시의 어깨를 토닥이며 승리를 축하해줬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대훈은 자신에게 패한 태국의 푼통 나차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이 오래도록 울림을 남겼다.

여자 태권도 67㎏ 급 결승에서 한국 이다빈이 세르비아 밀리차 만디치에 패한 뒤 인사하는 만디치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다빈이 결승에서 진 뒤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 장면 역시 ‘아름다운 한컷’으로 기록에 남을 전망이다. 이다빈은 지난 27일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7대 10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다빈은 경기를 벌인 직후 헤드기어를 벗고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상대 만다치를 향해 ‘엄지척’ 축하를 건넸다. 이다빈의 실력 인정과 축하를 동시에 받은 만다치는 이다빈과 웃으며 손을 마주잡고 인사를 나눴다. 반대로 이다빈과 준결승에서 만나 패한 영국의 태권도 선수 비안카 워크던은 “(승리를) 약간은 도둑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크던은 경기 1초를 남기고 이다빈의 발차기에 머리를 맞아 역전패를 당한 선수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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