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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른 발·신구조화·환상호흡’ 삼박자...펜싱한국 위상 ‘우뚝’
도쿄올림픽서 金銀銅 모두 획득
韓펜싱 플뢰레서 에페·사브르 확장
끈끈한 팀워크·젊은 선수 발굴
치밀한 분석의 ‘발펜싱’ 위력 가세

‘펜싱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또 한번 높아졌다. 10년 새 세계무대에서 한국 펜싱은 최초 플레뢰 금메달을 시작으로 에페와 사브르까지 범위를 넓혔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은·동을 따냈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발펜싱 전략과, 실력있는 젊은 선수들 발굴, 그리고 무엇보다 끈끈한 팀워크는 대한민국 펜싱의 3대 강점으로 꼽힌다.

28일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위쪽 사진), 27일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준우승한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이상 왼쪽부터)가 은메달과 월계관 모양 반지를 들어 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

▶韓 펜싱... 금은동 획득=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대표팀은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됐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사브르 남자 단체전 금메달, 에페 여자 단체전 은메달, 사브르 남자 개인전 동메달(김정환)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3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사브르 남자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2연패의 무대에 모두 서 있었다. 오상욱과 김준호는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45-26의 압도적 점수차로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엔 끈끈한 팀워크가 배경이 됐다.

결승전에서 맏형 김정환이 한점차 리드를 한 채 바통을 단체전 에이스 오상욱에 넘겼고, 오상욱은 라운드 스코어 5-0으로 점수차를 6점으로 벌렸다. 구본길과 김정환이 뛰고 난 뒤 점수차는 13점차가 됐고 결국 19점차 대승을 거둔 것이다. ‘런던 금 멤버’ 김정환과 구본길이 팀의 기둥 역할을 담당하고,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이 압도적 경기력으로 이탈리아를 따돌렸으며, 제4의 멤버 김준호 역시 5-1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여자 단체전도 팀워크가 돋보였다. 지난 27일 열린 펜싱 에페 여자 단체전 결승 에스토니아전에서 마지막 주자로 오른 최인정이 많은 실점을 한 뒤 패배가 확정되자 강영미·송세라·이혜인은 최인정의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으나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 역시 금 못지 않은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한국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제압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던 것을 설욕한 것이다.

펜싱 맏형이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것이라 공언했던 김정환은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정환은 개인전에서 2회 연속,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색보다 메달 수가 많은 것이 더 좋다”는 김정환이다.

펜싱 사브르 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정환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발펜싱의 위력= 한국 펜싱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되지 않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한국 펜싱의 가능성과 미래를 확인한 올림픽이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거머쥐었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확했다. 여기엔 2003년 SK그룹이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늘어나고 후진 양성이 순조로워졌던 것도 큰 몫을 담당했다.

한국 펜싱 대표팀의 위력은 빠른 하체에서 나온다. 소위 ‘발펜싱’이다. 맏형 김정환은 “펜싱은 팔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체가 중요하다. 발로 하는 땅따먹기가 펜싱”이라고 말했다. 유럽 위주로 돌아가던 펜싱계에 비디오 판독이 등장한 것 역시 한국 펜싱이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은 납득키 어려운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챌린지’를 자주 사용했다.

한국 펜싱은 미래도 밝다. 펜싱은 올림픽 육상·격투기 등 여타 종목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도 출중한 실력을 뽐 낼 수 있는 종목인데다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의 나이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다수다. 선수들의 나이가 젊어 다음 올림픽 역시 기약할 수 있는 셈이다.

남자 단체전에서 활약한 오상욱은 세계랭킹 1위지만 이제 겨우 25세다. 결승 이탈리아전에서 라운드 스코어 5-1의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준 김준호도 27세다. 여자 에페도 맏언니 강영미(34)를 제외하면 90년대 생으로 여전히 다음 올림픽을 기약할 수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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