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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조세권력의 과도한 남용, 공정가치의 위기

과거 절대 전제군주의 대표적인 공권력 남용은 강압적 조세 권력을 통한 사유재산권 침해와 강제적 신체구금 등 개인의 생명권 침해다. 근세 서구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절대군주에 대한 법치주의와 공정한 법 집행의 요구는 민주주의 시발점이었다.

정부의 조세 권력은 사유재산에 대한 과세대상의 선정과 세율, 세무행정 등을 통해 구현된다.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조세 재원은 석유, 철강 등 지하자원처럼 유한한 자원이다. 유한한 세금 재원을 국가와 납세자가 적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조세 권력의 본질이다.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와 국민 간 세금의 배분 과정에서 긴장과 갈등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글로벌 개방경제 체제에서 잘못된 조세정책은 해외로 기업이나 자금을 도피하게 만들고, 형평을 위한 부자증세의 목적이 반대로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에 전가돼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든다.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선의의 정책 추진이 취약계층을 더욱 불공정하게 만드는 ‘공정의 역설’이 자주 발생한다.

공정한 조세원칙에 대해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납세자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공평한 과세, 세금계산의 간편성, 미래 세금계산의 예측 가능성, 가급적이면 최소한의 세금 부과”를 주장했다. 영국의 절대왕정시대 주택 세금 과세의 두 가지 부작용 사례가 유명하다. 14세기 주택에 대한 과세 기준으로 주택에 설치된 벽난로 숫자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세무공무원이 개인 집에 들어가 벽난로 숫자를 점검해야 함에 따른 주민의 반발과 행정력 낭비가 심했다. 집에 들어가서 벽난로 숫자를 세는 대신, 집 밖에서 계산이 가능한 창문의 숫자와 크기를 과세 기준으로 변경했다. 세금 낼 형편이 어려운 서민층은 창문을 없애거나 작게 만들게 됨에 따라 햇빛이 없는 어둠의 가옥에 거주했다는 부작용을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번 정부는 중산서민층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주택 가격 안정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목표로 수십번의 부동산정책을 추진했다. 잘못된 정책의 결과는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를 패배자로 만들고 있다. 주택 소유자는 자산가치의 증대 기쁨과 동시에 보유세 세금폭탄을 맞고 있다. 올해 7월에 부과된 서울시 주택분 재산세와 2017년도 재산세를 비교하면 지난 4년 동안 82% 대폭 증가했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추정액은 약 5.8조원(국회 추계)으로, 2017년 3878억원 징수에 비교해 지난 4년 동안 약 15배 증가했다. 세계에 유례 없는 과속 세금 폭증이며, 헌법상 보호 대상인 사유재산에 대한 징벌적 조세 권력의 남용이다.

개인의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이 약 800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일부 유럽에서 채무액을 공제한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부유세보다 가혹한 수준이다. 사회적 약자인 무주택자도 좋아할 형편이 아니다. 집주인에 과세된 보유세는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에게 상당 부분 전가돼 전·월세 폭등을 가져오고, 집값 상승은 내 집 마련 기회의 상실감으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와 주거 불안 절망감을 동시에 초래한다.

주택은 고가 내구재의 일종으로 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주택 소유자는 ‘못 판다’와 ‘안 판다’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양도세·취득세 등 과중한 거래비용 때문에 못 판다와 시장의 매물 부족으로 인한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 때문에 안 판다 심리가 악순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1주택자 종부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공시가격 상위 2% 이내로 한정하는 ‘편 가르기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단기적으로 정책실패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조세 권력의 축소와 이를 통한 거래 정상화가 중장기적으로 공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고문 (전 관세청장)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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