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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도현 목소리 무대 채울때...세대 넘는 감동의 ‘광화문연가’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광화문 연가’는 고(故) 이영훈이 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명곡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중장년층을 공연장으로 불러오고 있다. [샘컴퍼니 제공]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무대가 끝나면 콘서트는 다시 시작이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상징 같은 ‘싱어롱 커튼콜’. 코로나19 속에 막을 올린 탓에 떼창과 함성은 없었지만, 뮤지컬의 여운을 이어가기엔 충분했다. 관객들은 ‘소리쳐 부르고’ 싶은 아쉬움을 달래듯 모두 일어나 머리 위로 박수를 쳤다.

‘추억 소환’용 뮤지컬이 돌아왔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광화문 연가’(9월 5일까지·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다. 2018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은 ‘광화문 연가’는 고(故) 이영훈이 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명곡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이영훈 작곡가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주인공 명우의 등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50대가 된 작곡가 명우가 죽기 1분 전 ‘인연의 신’ 월하를 만나 첫사랑 수아와의 추억 속으로 ‘타임슬립’하는 판타지물이다.

작품은 전형적인 복고 지향 서사다. 1980년대를 살아간 청춘을 주인공으로 삼아, 당대 시대상에 사랑 이야기를 녹였다. 민주화 투쟁에 목소리를 높인 수아, 그곳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명우의 엇갈린 가치관과 사랑의 조각들이 담겼다. 거기에 극본을 쓴 고선웅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 지금 발 딛고 산 현재의 가치를 강조한다. 명우의 자각과 월하의 선언으로 얻어지는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은 다소 계몽적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서사이나, 특정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음악의 힘’이 더해진다. 과거와 현재, 꿈 같은 현실을 무대로 풀어내는 동안 이문세가 부른 30여개의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광화문 연가’의 최대 강점이다. “160분 내내 생소한 음악을 듣는 어려움을 벗어나 익숙한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원종원 순천향대학 교수) 것이다.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들이 공연 내내 흘러나오자 객석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신나는 곡에선 박수를 치고, 잔잔한 곡에선 이내 감성에 젖는다.

전체적인 무대는 아쉬움이 남는다. 홀로그램은 물론 블록버스터급 무대 연출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2021년에 ‘8090 정서’가 반영된 ‘광화문 연가’의 무대는 다소 빈약해보인다. 에피소드 사이사이 이어지는 명곡들의 무대는 과거의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를 압도하는 것은 배우들의 노래다. 명우 역을 맡은 윤도현의 존재감은 월등하다. 노래로 연기를 하는 뮤지컬 배우들도 담지 못한 감정과 드라마가 윤도현의 목소리에 실려 전달된다. 객석의 감정을 움직이는 ‘치트키’다. 3500살이나 된 월하를 연기하는 김호영의 재기발랄함은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분위기 메이커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어린 수아’ 역의 홍서영은 짱짱한 보컬과 발성으로 무대를 휘어 잡는다. ‘광화문 연가’의 새로운 발견이다.

‘추억의 힘’은 셌다. ‘광화문 연가’가 자극한 향수는 뮤지컬이 낯선 새로운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원동력이 됐다. 공연장엔 중장년 관람객들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 7월 마지막 주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기준 예매율 상위(1~10위) 뮤지컬의 50대 평균 예매율은 4.0%인데 반해 ‘광화문 연가’의 50대 예매율은 9.2%나 됐다. 20대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진태(56) 씨는 “공연을 보는 중간 중간 울컥 울컥했는데, 아들도 그랬다고 한다”며 “내가 보내온 시대와 그 시절 들었던 노래가 나오니 이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노래를 계속 듣고 싶었다”는 후기를 들려줬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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